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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ader Aug 05. 2024

무더위에 고장 난 에어컨

액땜이 필요해

새벽에 비가 내렸지만 습도만 올라가면서 컨디션 조절이 어려운 하루의 시작이다.


"최근에 계속 잠을 설치고 있어."

아내는 최근 열대야로 계속 잠을 설치고 있다. 말복이 지나면 열대야가 사라질 것이라고 하는데, 말복까지 아직 많은 날이 남아 있다. 아내는 밤새 에어컨을 켰다 시간이 지나면 끄고 선풍기를 틀어본다. 그리고 사라지지 않는 더위에 다시 에어컨을 켠다. 아마 이 행동을 반복하다 보니 이미 숙면은 불가능해 보인다. 새벽에 우당탕 내린 비로 온도는 내려가지 않고 습도만 올라가 잠만 설치게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계획했던 많은 것들은 물 먹은 솜처럼 무거워진 몸과 함께 잊혀가고 있었다. 한 여름을 힘겹게 보내고 있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무더위가 사라지길 기대할 뿐이다. 샤워를 하고 나서도 흐르는 땀을 막을 수 없듯이 올해의 무더위는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우리가 차를 가지고 출근할 수 있을까?"

지난주 에어컨이 고장 난 후 부품을 수급하여 수리를 마칠 때까지 찬 바람이 나오지 않는 차와 함께해야 한다. 차량 수리용 부품은 왜 항상 어디에 있어서 물류가 잘 구축된 대한민국에서 그렇게 오래 시간이 걸린다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가끔 차를 주문하고 받은 날보다 수리 부품을 기다리는 날이 더 길게 느껴지는 것은 나의 착각이길. 어쨌든 차량의 에어컨이 고장 난 후 가급적이면 운전을 하지 않고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하지만 오늘은 아침부터 아이를 데려다주고 출근을 해야 해서 결연하게 차에 시동을 걸면서 그저 찜통 같은 무더위가 아니길 기대했다. 차의 모든 창문을 열고 출발하는데 얼마가지 않아서 타이어 공기압 경고가 뜬다. 이미 뜨거워진 차에서 땀범벅이 되어있는데 등줄기에 식은땀까지 흐른다. 분골쇄신하려던 월요일 아침 출근길부터 우왕좌왕한다.


"아침부터 쉽지 않다!"

타이어의 바람이 빠지고 있다는 친절한 안내 경고와 함께 가던 길을 천천히 달린다. 아무래도 아이를 중간에 내리게 하고 오늘은 조금 많이 걸어가야 할 것 같다고 말하고 보낸다. 방향을 바꿔 도로 옆에 문을 연 차량 정비소로 가본다. 아침 뉴스를 보시던 아저씨가 나오셔서 타이어에 박힌 못을 빼긴 했는데 거기서 바람이 빠지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도대체 어디에서 바람이 새는 것일까 차를 앞뒤로 이동하면서 타이어에 연신 비눗물을 뿌려보지만 바람 빠지는 위치를 모르겠다. 우선 타이어의 공기압을 체크하고 타이어 경고 안내가 사라지자 다시 출근길에 나선다. 겨우 주차를 마치고 나니 이미 상의는 흠뻑 젖어있다. 얼른 얼음이 가득 담긴 작곡가 커피로 땀을 식혀본다. 슬프게도 아직 사무실 의자에 앉아보지도 못했는데 오늘의 출근보다 업무보다 무더위에 차를 가지고 퇴근하는 길이 벌써 걱정이 된다. 그래 비가 오지 않아서 창문은 열 수 있지 않냐고 위로해 보자! 설마 이러고 비 온다고?


제발 조용히 좀 해요 p.155

사자성어는 적당히 멈추지 않아. 사람을 끝까지 몰아붙이지. 자신을 이겨내고 쉬지 않고 나아가라(극기상진·克己常進), 자기 몸을 죽여 인을 이뤄라(살신성인·殺身成仁), 괴로움이 다하면(혹은, 다해야) 달콤함이 온다(고진감래·苦盡甘來),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들어라(마부작침·磨斧作針), 수모는 잊지 말고 반드시 갚아라(와신상담·臥薪嘗膽), 뼈가 가루가 되고 몸이 으스러지게 온 힘을 다 해라(분골쇄신·粉骨碎身).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기도 해. 달리는 말에 채찍질해라(주마가편·走馬加鞭). 열심히 한다고 해서 만족하지 말고 더 노력하게 하라는 거야. 한마디로, 끝까지 착취하겠다는 거지. 일이 잘되지 않는 것은 너희들이 최선의 최선을 다하지 않아서다. 상황 핑계, 여건 핑계 대지 마라. 이렇게 길들여지면 어떻게 될까.

빙고! 죄책감을 갖게 돼. 정말 열심히 하지 않으면 너 자신과 가족과 세상에 죄짓는 거다. 가난하고 불행한 건 애쓰지 않은 네 책임이다. 불만 있더라도 입 다물고 참아라. 죽을 때까지 못살게 구는 데도 외마디 비명도 못 지르지. 모든 게 게으르고 무능한 내 탓이니. 사회 안전망으론 이만한 이데올로기가 없지.

《사람에 대한 예의》(권석천, 어크로스, 2020.06.05.)


오늘은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주식 시장이 무서운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차량 부품도 무서운 속도로 도착해서 빛의 속도로 수리를 마치고 근심이 사라지길 기대해 본다. 어느 한쪽만 무서운 속도로 변화하는 것은 너무한 거 아니냐고 투덜거려 본다. 혹시나 이 무더위에 자동차의 창문을 열고 다니는 사람을 보면 저 사람은 에어컨 바람을 싫어하는 사람인가 넘어가 주시길, 그리고 앞에서 담배 피우며 창문으로 재는 털지 말아 주시길!

"거참, 에어컨 고장 난 차 운전하다가 찐만두 되기 딱 좋은 날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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