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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ader Sep 19. 2024

헤어롤을 하고 인수인계

앞머리는 자존감

이직에 성공한 사무실 직원이 앞머리에 헤어롤을 하고 인수인계를 한다.


"앞머리는 제 생명과 같아요."

역도요정 박혜정 선수가 MBC  예능 프로그램「나 혼자 산다」에 나와 틈틈이 앞머리 볼륨을 위해 헤어롤을 말고 있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박혜정 선수는 앞머리는 생명과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 헤어롤을 보면 항상 박혜정 선수가 떠오른다. 앞머리 볼륨으로 사람의 인상이 달라진다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이미지 출처 : MBC '나 혼자 산다' https://program.imbc.com/singlelife


"저 이직해요."

같은 사무실에 있는 직원이 이직을 발표했다. 지치는 출근길에 가라앉은 앞머리를 헤어롤로 볼륨을 살리며 사무실에 앉아있던 직원의 모습을 다음 주부터는 보지 못할 것이다. 이직하는 곳이 조건도 대우도 모두 좋은 곳이라서 모두 잘 되었다는 말만 할 뿐이다. 우리 사무실에서 이제 헤어롤을 하고 앉아있는 직원을 한동안 보기 힘들 것 같다. 옆 사무실에 팔에 문신을 한 직원이 들어왔다고 하는데 다음에 채용될 사람은 어떤 사람일지 궁금해진다.


"짐 정리 중입니다."

오전에 인수인계서를 정리하더니 오후에는 본격적으로 짐을 싸기 시작한다. 본격적으로 짐을 싸다가 다시 앞머리에 롤헤어를 말고 열심히 짐을 싼다. 직장생활을 통해 많은 입사자와 퇴사자를 만나게 된다. 모두 다양한 사연을 가지고 있고 모두 자신의 방식으로 인생을 살아간다. 꽤 일을 잘하는 사람들은 꼭 이직을 하고,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옆에서 계속 투덜거리고 있다.


성취가 쌓여서 비로소 성공한다 p.69

카이로스는 앞머리는 풍성한데 뒤쪽은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다. 등과 어깨, 발에도 날개가 있다. 한 손에는 저울, 한 손에는 칼을 들고 있다. 앞에서 다가올 때만 머리카락을 움켜잡을 수 있다. 속도가 매우 바르고 뒷머리가 없어서 지나가면 절대로 붙잡을 수 없다.

《당신은 끝까지 해낸다》(정경수, 빅픽처컴퍼니, 2023.10.10.)


헤어롤을 하고 당당하게 짐을 싸고 있는 직원이 부러워지는 순간도 있고, 언제까지, 어떻게 직장 생활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순간도 있다. 직장을 언젠가 떠나더라도 수동적이지 않고 스스로 떠나고 싶을 때 떠나야지 꿈꾼다. 가끔은 한없이 바보 같은 나를 발견하기도 하고, 가끔은 일부러 바보 같아지는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인생이 내 마음대로 꼭 돌아가지 않더라도 크게 보면 의도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고 생각하며 길을 잃지 않으려고 다시 목적지를 떠올린다. 

"다면적인 모습으로 살고 있지만 희망이라는 것을 잊지 않고 미래를 향해 나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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