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03.(화)
추석 연휴의 마지막 날. 가족이 예정하지 않았던 놀이공원에 갔다. 아이가 어려서 유모차를 끌고 왔던 것이 벌써 9년이 지난 일이 되었다.
제일 먼저 놀이공원의 인기 놀이기구인 롤러코스터를 타겠다고 입장하자마자 아무 생각 없이 롤러코스트를 찾아 온 가족이 탑승했다. 사람이 많아서 80분을 기다려야 하는 롤러코스터를 놀이공원 자본주의의 꽃인 우선탑승권을 이용하여 바로 탑승했다. 그리고 미친 속도로 몸을 싣고 달리던 롤러코스터가 멈추자 목에 담이 오면서 컨디션이 엉망이 되었다.
명절 스트레스를 5분 안에 몸으로 두드려 맞은 느낌이었다. 자신만만해하던 아이도 다시 탈 거냐는 물음에 바로 답하지 못하고 긴 고민에 빠지게 만드는 롤러코스터였다. 아내는 롤러코스터에서 내리자마자 의자에 털썩 앉아서는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반복해서 말한다.
주변을 둘러보니 아르바이트생으로 보이는 젊은 이들의 웃음 뒤의 피곤이 보이기 시작했다. 놀이기구 몇 개를 더 아이와 탑승하고 주변을 둘러보니 유모차에 많은 짐을 가지고 놀이공원을 힘차게 달리는 부모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들은 강철부대의 강철 체력을 가진 것이 아니라 어쩌면 현재를 충실하게 즐기는 거라 믿어본다.
나만 나이 들어 저질체력으로 놀이공원을 즐기지 못하는 것은 아닐 거라고 위로해 보지만 방전된 체력은 점심식사를 하고 커피를 들이켜도 돌아오지 않았다. 사람들이 아직도 한참 입장하는 오후 3시가 되기도 전에 우리 가족은 주차장으로 향한다. 11시에 입장해서 식사와 커피도 하고 기념품 가게에서 쇼핑을 해도 4시간 이상을 버티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세월 참 빠르게 흘러간다. 9년 전에는 놀이공원이 문 여는 시간에 뛰어 입장하여 아이를 유모차에 싣고 열심히 뛰어다니면서 저녁까지 놀다 갔었는데 생각하며 놀이공원을 즐기기 위해 근력운동이 필요하다고 깨닫고 돌아와서 기절해 버렸다. 다음에 다시 도전할 때는 여유 있게 웃으면서 놀이공원을 즐기기 위해서 아침 다시 뛰고 출근하였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지만 그저 흘러가게만 두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