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일주일에 딱 하루

놓치면 한주가 꽉 막힌 느낌입니다

by Jeader

매주 목요일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박스들을 들고 분주하게 움직인다.


"우리 아파트 분리수거일은 목요일입니다!"

베란다에 분리수거할 종이박스와 플라스틱이 가득해 발 디딜 틈이 없다. 그러다가 목요일이 되면 모두 양손 가득 분리수거 물품을 들고 이동한다. 우리 집도 화요일이면 이미 베란다가 포화상태인데 다들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다. 가끔 분리수거하러 가는 길에 박스가 터진다면 망연자실하게 흩어진 박스들을 멍 때리며 쳐다보다가 얼른 주변 사람들의 불쌍한 눈초리에 어떻게든 수습해보려 한다. 예전에 살던 아파트는 분리수거장이 별도로 있어서 매일 분리수거를 할 수 있어서 분리수거에 대한 불편이나 걱정이 없었다. 그러다 현재 이사를 온 이곳은 일주일에 딱 한 번 목요일에만 분리수거를 하고, 목요일에는 만원 출근버스처럼 엘리베이터가 꽉 차서 위아래로 움직인다. 모든 집에 이렇게 많은 재활용품을 두고 사는구나!


"오늘 회식이 잡혔는데 저녁 10시까지 못 올 것 같아!"

회식이 잡혔는데 목요일이다. 저녁 10시까지 분리수거를 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그때까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할 분위기이다. 아내도 저녁에 일정이 있다고 하고 베란다가 포화상태인데 다음 주 목요일까지 기다려야 한다니 걱정이 된다. 한 주 더 재활용품을 모으다 보면 베란다가 가득 차 발 디딜 틈도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회식 중에 집에 분리수거가 급해서 먼저 간다고 말하기도 애매하다. 다행히 아내가 분리수거를 해주어서 이번 주도 무사히 넘어갔다. 목요일 회식은 이제 등골이 사늘하다. 가끔 명절 연휴에 분리수거는 쉰다는 공지에 어찌해야 할지 고민하던 날이 떠오른다.


"살면서 참 많은 박스와 플라스틱을 배출하는구나!"

사람이 먹고사는 평범한 우리 집에 박스와 플라스틱이 꽤 많이 나온다. 목요일이 지난 금요일에는 새벽에 배송을 해주는 식재료들을 담은 포장지들로 주문에 신중을 기한다. 가끔 시켜 먹는 배달음식과 함께 오는 플라스틱이 부담되어서 주문도 함부로 못하겠다. 어제는 마트에서 사과를 사고 싶었는데 사과를 보호하기 위한 커다란 플라스틱 포장재가 마음에 들지 않아 구입을 포기했다. 집에 돌아가면 매일 세탁기를 돌려야 한다는 아들 셋인 집 이야기를 들으며 그 집 분리수거는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진다. 집에 돌아가면서 매일 분리수거를 할 수 있는 곳에 사는 것도 참 편리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난 참 바보이군요!"

이사를 하는데 끝없이 사다리차를 통해 수많은 박스가 집에 들어온다. 계속 정리하는데도 박스는 끝이 없는 느낌이라 이삿짐 박스만 봐도 질려버렸다. 결국 이사 전에 많이 정리한다고 했는데 아직도 나는 버리지 못하는 것들을 다시 포장해서 같이 이사를 왔구나 후회가 된다. 엑셀을 낑낑거리며 수작업으로 정리했는데 앞에 앉은 사람이 명령어로 1분 만에 정리를 해주었다. 버려야 할 것들은 버리지 못하고 단축해야 하는 것들은 단축하지 못한 채 살고 있구나 한숨이 났다. AI가 사람을 대처하는 사회에서 나는 아직 기계보다 저렴해서 일할 수 있구나 싶다.


오늘은 분리수거하는 날 229

후회 분리수거 방법

‐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교훈’과 ‘빨리 잊어버려야 할 부정적 기억’으로 나눈다.

‐ 재활용할 수 있는 기억이 있다면 깨끗하게 씻어서 교훈으로 바꿔주면 좋다.

‐ 교훈은 간직하고 부정적인 기억은 바로 버린다.

걱정 분리수거 방법

‐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부분’과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는 부분’으로 나눈다.

‐ 걱정의 90%는 일어나지도 않을 일이며, 우리의 힘으로 바꿀 수 있는 부분도 아닌 만큼 나머지 10%에 대한 걱정만 잘 분류한다.

‐ 10% 중 내가 걱정하고 대비하여 능동적으로 더 나은 결과를 만들 수 있는 부분만 신경 쓰고 나머진 버린다.

만약 마음속에 제때 버리지 못한 후회, 걱정의 봉투가 있다면 오늘, 바로 지금을 분리수거 날로 정해보자.

『선 넘는 거, 습관이시죠?』(봄쏙, 서제학, 필름(Feelm), 2022.01.25.)



다음 주 목요일 전까지 최대한 분리수거할 것을 만들지 않겠다고 마음 먹지만 한 시간도 버티지 못했습니다. 뭐라도 쇼핑을 하면 어쩔 수 없이 수많은 포장지까지 같이 집으로 들이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사 올 때 수많은 에코백을 보며 어쩌면 에코백을 쇼핑한 것은 아닐까 무한반복되는 질문의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입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다시 인수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