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컷입니다.
사무실 직원들과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데 개천에서 오리가 무리 지어 있는 모습이 보인다. 앞에 가던 직원 두 명이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다가 뒤돌아 다가와서 묻는다.
"저 예쁜 오리는 암컷이겠죠?"
물 위에는 정말 색이 멋진 청둥오리가 있었고, 그에 비해 그냥 칙칙한 색의 오리도 있었다.
나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대답한다.
"수컷일 거예요."
다른 직원이 다시 묻는다.
"저렇게 예쁘게 생겼는데 암컷이 아닐까요?"
멋진 오리가 유유히 수영을 하면서 사라져 간다.
그래서 예전에 책에서 읽었던 내용을 떠올렸다.
"수컷은 암컷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 자신을 꾸미는 성향이 있어요. 그래서 꿩이나 공작새는 인간과 다르게 수컷이 더 치장하고 화려해요."
그렇구나. 오리가 종족 번식이라는 유전자의 힘으로 저렇게 노력하는구나 싶었다. 그러다가 뜬금없이 정치인이 떠올라 한 마디를 더 붙여본다.
"물론 자신을 화려하게 꾸미는 수컷도 있지만, 자신이 무리에서 가장 강하다고 기회만 있으면 죽기 직전까지 싸우는 수컷들도 있어요!"
4부 신기하지만 물어본 적 없는 동물에 관한 이야기
29 날벌레가 왜 허공에서 떼를 지어 날아다닐까? p.171
날벌레들이 혼인 비행을 할 때 수컷은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암컷에게 잘 보이는 특정 지형의 높은 위치를 차지하려고 합니다. 날벌레 입장에서는 사람의 머리 쪽이 그런 위치이므로 머리 주변에 모이는 겁니다.
《사소해서 물어보지 못했지만 궁금했던 이야기》(사물궁이 잡학지식, 아르테, 2020.09.16.)
오리도 저렇게 자신을 드러내려고 노력하며 살고 있는데, 뉴스를 보면 개싸움을 하는 것도 유전자 탓인가 싶다. 서로 포도 모양의 칭찬 스티커를 받기 위해 선행을 뽐내며 손들며 칭찬을 기다리던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선생님 저 오늘 교실에 떨어진 쓰레기를 치웠어요! 칭찬 스티커 주세요!"
자랑처럼 마이크 잡고 말할 거면 잘난 척 말고 자신의 선행을 자랑하면 좋겠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경쟁이 일어나면 얼마나 살기 좋은 세상이 될까 혼자 피식 웃으며 사무실로 복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