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앨런 튜링이 아닙니다
"y=x cotx"
가끔 어떻게 해야 할지 도통 감이 안 오는 일들이 있다.
학교를 다닐 때 아마 수학에서는 '미적분'에 들어가면서 이것은 수학인가 외국어인가 고민했던 기억이 있다. 결국 수많은 수포자들과 함께 수학을 적으로 잘못하면 감염되는 전염병과 같이 피해야 할 괴물로 여기며 살아왔다.
뭐 그렇다고 노력은 해보았냐고 물어보면 살면서 모든 일에 노력하며 사냐고 반박하고 싶은 반발심이 생긴다.
그런데 살면서 도통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일들을 만나면 머리가 지끈거린다.
"이거 무슨 암호야?"
나이가 들어서도 여러 책들을 읽으며 고등학교 시기에 나중으로 미뤄둔 학습의 죄를 지금까지 실천하고 있다.
가끔 이해하기 쉬운 내용도 있지만, 도통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도 있다. 가끔 책을 덮었다가 펼쳤다가를 반복하며 스스로 인내심을 시험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끝에 몰랐던 것이 해소되는 기쁨이 있다면 나의 인내가 헛되지 않았다고 기뻐하지만, 마지막까지 실망스러운 결말로 역시 중간에 덮었어야 했다는 후회가 있는 경우도 있다.
결과를 알고 과거를 돌아보면 왜 그런 결정을 했을까 싶지만 이건 모두 결과를 알고 과거를 복기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안타깝게도 과거로 돌아가거나 미래를 조금이라도 먼저 볼 수 있는 초능력은 가지지 못했다.
"애니그마 암호 해독이 필요해!"
가끔 회사에서도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다. 그렇다고 누구 하나 그 이유를 시원하게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 있다.
정말 몇 명만 아는 의사결정이라면 나머지 사람들은 애니그마 암호 해독장치를 만들어야 하는 앨런 튜링처럼 고민하게 된다.
보통 그런 일은 정말 의미 없는 결정이거나, 사적 이해관계가 영향을 미치거나, 아님 정말 심심해서 내린 결정이 아닐까 돌아가지 않는 머리로 추측할 뿐이다. 보통 대외적으로 말할 수 없는 일들은 나중에 구린 일로 결론이 내려지는 경험만 있을 뿐이다.
"우리의 고민이 미래의 발전이 되기를 기대하며!"
이해할 수 없는 과정을 거쳐 직장에서 비전에 대한 실천 계획을 세우는 것이 다음 주까지의 과제라는 설명을 듣고 자리에 앉아 다시 고민에 빠진다.
고민이 어떻게 하면 미래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다시 미적분을 만난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다.
이럴 때는 잔머리 굴리지 말고 진짜 할 수 있는 것 중에도 미래를 위한 것들을 정리하는 게 더 빠르지 않을까 혼자 투덜거린다.
뭐 어쩌다가 의도하지 않은 그럴싸한 이야기처럼 전설처럼 남을 수도….
애플사의 사과 이야기 p.256
컴퓨터의 원형을 개발한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
하지만 그는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여성 호르몬을 투입하는 처벌을 받아야 했다.
그는 괴로움을 이기지 못해 치사량의 청산가리를 주입한 사과를 베어 물고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만다.
그로부터 20년 후.
세계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가 만들어진다.
여기엔 비운의 천재 수학자 ‘튜링’의 사과를 연상시키는 로고가 새겨진다.
바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애플사의 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