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플랜 B

없으면 로또 구입

by Jeader

"잘 나가는 선배!"

비슷하게 입사하였는데 빠르게 승진하는 선배가 있었다.

물론 나처럼 사내 정치에 관심이 없는 스타일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너무 야비한 기회주의자는 아니었다.

그러다가 운의 기운이 변하였는지 한 번 삐끗하더니 계속 안 풀리는 기운이 느껴진다.

최근에는 시비도 있고 사람들의 눈초리도 곱지 않아서 피곤하겠구나 싶었다.


"나쁜 사람은 아니야!"

저음이 인상적이었고 언제나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이 인상 깊은 사람이었다.

결정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언제나 숙고하는 모습으로 기억이 남았던 사람이었다.

물론 같이 일을 해야 할 때는 합이 맞는 스타일도 아니었고 몹시 지루했지만 싫어하지는 않았다.

사람들의 비난에 그리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개인적인 평을 하던 사람이었다.


"단지 안 좋은 시기를 살아갈 뿐!"

지나가면서 그냥 서로의 직장, 가족의 안부를 묻는다.

문제가 되었던 일을 조심히 물으니 그냥 조용히 해결되었다고 전한다.

좋은 시기에는 아무 문제가 아니었지만 문제를 삼으려고 하면 문제가 된다는 영화 대사가 생각난다.

다만 시기가 안 좋았을 뿐인가 싶다.

그렇다고 딱히 좋은 시기가 있었나 억울하다.


"앗 선배!"

엄청나게 잘 나가던 선배의 차가 골목길에 정차하고 있었다.

나도 골목을 빠져나가 퇴근을 서두르는 차에 낯선 곳에서 선배의 모습을 발견했다.

선배는 로또를 판매하는 골목 가게 앞에 잠시 정차를 하고 로또를 사서 용지를 곱게 접어 지갑에 넣는다.

내가 딱히 도와줄 것도 조언을 할 처지도 아니라는 생각에 못 본 척 빠르게 지나쳐 퇴근한다.

역시 금요일 모든 직장인의 플랜 B는 로또 당첨뿐인가 허탈하게 웃어본다.


탈출로는 대개 옆에 있다 P.80

방법이 없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당장은 보이지 않을 수 있어도 눈을 씻고 찾으면 뭐라도 나오기 마련이다. “호랑이 굴에 잡혀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속담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절박한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노력한다면 반드시 탈출구를 찾을 수 있다. 다만 탈출로는 때때로 우리에게 익숙한 정문이 아닌 옆문을 통해 열린다. 위기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는 더 필사적으로 옆문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막다른 골목에 빠져나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자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옆문 전략》(라유진, 행성B, 2025.01.27.)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난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