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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신발

비 오는 날의 운동화

by Jeader

"이 농구화는 펌프가 있어 자신의 발에 맞춰 신을 수 있는 기능이 포함되어 있어요."

새 신발을 사러 갔더니 못 보던 기능이 있는 농구화를 추천받았다. 나이키 에어가 아이들의 자랑이던 시절 나이키가 아닌 리복에서 나온 펌프 달린 최첨단 신발이었다. 에어가 푹신한 나이키 운동화를 사러 나간 길에 나는 그냥 기대 없이 들렀던 옆매장의 신기한 검정 농구화에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신발에 볼록 튀어나온 펌프를 꾹꾹 눌러 손 펌프질로 바람을 넣으면 신발이 발을 감싸주는 느낌이었다. 그 농구화를 신고 농구를 할 때 덩크슛이라도 가능할 기분이었다.


"슬픈 표정 하지 마. 타이거가 있잖아."

살면서 다양한 운동화를 신고 다녔다. 그때는 '프로 월드컵'이라는 브랜드의 운동화부터 당대 최고의 인기가수 신해철 님이 광고하는 '타이거' 운동화도 엄마를 졸라 신고 다닌 적이 있었다. 넉넉하지 않던 시절이라 지금처럼 여러 개의 운동화를 돌려 신고 다닐 수 있는 능력은 아니었기에 나에게는 오래 타고 다닐 자동차를 고르듯 신발 선택은 중요한 과제였다. 단 하나의 운동화는 비에 젖어 신발을 말리지 않으면 슬리퍼를 신고 외출하곤 했다. 그 슬리퍼도 집안 식구수에 비해 꼴랑 한 개뿐이라 먼저 신고 나가는 사람이 있으면 그냥 외출을 하지 않았던 기억이 남아 있다. 성장기 자라는 키처럼 매년 발도 쑥쑥 커졌다. 그래서 운동화가 찢어지거나 발이 커서 더 이상 신을 수 없을 때마다 엄마를 졸라서 새해에 설빔으로 새 신발을 샀다.


"삑삑 거리는 나의 신발이여!"

좋아하는 운동화만 신고 다니는 아이를 보면 어린 시절 꽂힌 신발을 사서 찢어질 때까지 신고 뛰어다니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비 오는 장마에 젖은 아이의 운동화에 신문지를 넣어 말리면서 외출에서 축축해진 양말을 벗으며 나의 신발은 도대체 어디에서 물이 들어오는 것일까 바닥을 살펴본다. 물 먹어 삑삑 소리를 내는 나의 신발을 보며 어린 시절 펌프 달린 운동화가 결국 터져버려 삑삑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날 때까지 신고 다녔던 기억이 났다. 한동안 소리를 내던 나의 농구화는 결국 밑창이 분리되고 나서야 이별을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풍요 속의 빈곤"

세상에는 신발 수집광들이 꽤 있다. 어린 시절의 가난이나 마음의 상처로 생긴 허기진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 신발을 수집하는 모습이 인상적인 유명인들도 있었다. 물론 어려움 없이 살았지만 그냥 사치를 위해 신발을 수집하는 사람들도 있다. 수많은 신발을 모으면 허전한 마음이 채워지는 기분일까, 뜬금없이 명품백을 선물 받으면 어떤 기분일까 싶다. 아마 '나 이런 사람이야!' 하는 뿜뿜 하는 마음이 들지 않았을까 싶다. 비가 오니 수많은 신발의 이미지로 남은 필리핀의 이멜다 마르코스가 떠오르니 나도 새 신발이 필요한가 보다. 물새는 신발을 버리고 비 오는 날 걱정 없는 새 신발을 사러 가는 상상을 해보지만 과거 가지고 싶던 타이거 운동화를 샀을 때 같은 기쁨을 다시 느끼기 어려운 사람이 되어버렸구나 싶어 신나지 않은 날이다. 풍요 속의 빈곤이라는 말이 나에게도 적용된다.



운 좋은 사람을 알아채는 법 179

바로 머리, 얼굴, 발을 보는 겁니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하늘, 사람, 땅이라는 세 가지 요소로 이루어집니다. 사람에게 있어 머리는 하늘에 해당합니다. 얼굴은 사람에게 해당하고, 발은 땅을 가리키지요.

그러니 사람을 만나면 일단 이 세 가지를 살피세요. 그러면 그 사람의 운을 금세 알 수 있답니다. 머리카락에 윤기가 돌면 하늘의 보살핌이, 얼굴에서 빛이 나는 사람은 세상이 보살핌이, 신발이 깔끔한 사람은 조상의 보살핌을 한 몸에 받는 사람입니다. 승승장구하는 정치가나 회사를 잘 경영하는 사업가를 살펴보면 하나같이 머리카락에 윤기가 흐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얼굴에서 빛이 나지 않는 사람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어려워지고, 깔끔한 신발을 신고 다니지 않는 사람에겐 출세할 기회가 좀처럼 찾아오지 않습니다.

《운 좋은 놈이 성공한다》(사이토 히토리, 나비스쿨, 2024.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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