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동
"여름은 정기 인사이동의 시기이다."
승진하는 사람들은 기분이 좋겠지만 승진에서 밀린 사람들은 좌절하게 되는 시기이다.
승진해서 좋은 부서로 가는 사람들은 더욱 기분이 좋겠지만, 기대했던 승진도 없이 난감한 부서로 가면 좌절은 역시 두 배가 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인사이동에 이름이 오르지 않기를 바라는 직장생활을 해왔다.
역시 인사는 인사를 좌지우지하는 갑의 입장에서는 신나는 일이겠지만, 당하는 을의 입장에서는 전혀 신나지 않는 바둑돌의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제발 나의 이름이 없기를..."
올해 발령에도 나의 이름이 없기를 바랐지만, 현재 부서에서 3년을 넘길 수 있을까 했는데 역시나 다른 부서로 끌려가게 되었다. 이제 이번 인사이동을 좌지우지한 사람들은 열외로 하고 발령지에 퇴직자의 이름이 제일 부러울 뿐이다.
예전에 번아웃이 왔던 부서에 다시 끌려가는 인사이동에 헛웃음만 나온다. 누가 나를 이곳에 보냈는가 하는 독백만 남는다. 정말 잊힌 이름으로 남았어야 하는데 이들의 기억에 남아 굳이 이번 발령에 포함되었구나 싶다.
인사발령을 담은 종이 한 장이 나에게는 영화 속 '데스노트'와 같이 느껴진다.
"일이 마르지 않는구나!"
새로운 부서에 오자마자 적응시간도 주지 않는다.
권한은 없고 책임만 많은 이 부서에서 나는 책임을 조금이라도 덜어내고자 발버둥 친다. 하지만 하나를 덜어내면 두 개가 대기하고 있다. 누군가 이번 생은 망했다고 포기하더니 나는 격동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옆자리 분에게 물어보니 자긴 이 부서에서 스트레스받지 않는다고 한다. 어차피 일이라는 게 내가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조직이 하는 거니 안 되는 것은 조직 탓이지 내 탓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렇다 일이 안 되는 것은 조직 탓인데 왜 자꾸 옆사람이 아니라 나에게 책임을 묻는 것일까 의문이 든다.
"성실하게 오늘을 살아냅니다!"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성실하게 오늘을 살아내는 것뿐.
처자식도 있고 당장 이곳을 떠날 능력도 갖추지 못하였고, 나의 월급에는 나의 고뇌의 대가가 포함되어 있다고 믿고 싶을 뿐이다.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성실하게 오늘 내 앞에 밀려오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나 그게 안되면 최소화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젊은 시절 성실하게 일하면 뭐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일만 성실하게 할 것이 아니라 다음 스텝도 열심히 준비했어야 하나 후회가 된다.
오늘을 성실하게 쳐내면서 내일을 희망하는 삶을 살기로 이를 악문다. 내일은 오늘을 후회하지 말자!
5. 퇴직 57
· 퇴직도 실력이다. 선택할 것인가? 선택당할 것인가? 57
퇴직은 다음 스텝을 두려워하거나 걱정만 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노력하지 않고 실력과 역량이 부족한 지금 자신의 모습을 더 두려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