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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ader Feb 12. 2024

나는 무슨 세대

새해에는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과거부터 오늘만 열심히 사는 사람들은 많이 있었다. 정말로 되는 게 없으면 영화 <기생충>의 대사처럼 계획을 세우지 않는 것이 현명한 삶을 사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사실 이게 현실적이라서 가장 머릿속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도 인정한다. 목표를 세워도 되는 게 없는 세상이라면 목표를 세우지 않고 그냥 순간을 즐기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군대의 행군 시마다 나침반과 지도를 잘못 봤다며 산을 빙빙 돌게 만들어 온몸의 고통이 따르는 행군 중에도 잠깐의 담배 한 대, 또는 눈앞에 펼쳐진 별들을 바라보는 것도  춥고 피곤했던 나를 잠깐이나마 무거운 짐에서 해방시켜 준다. 이유 없이 나에게 화를 내는 사람의 바지 지퍼가 열려 있다거나, 잘난 척하는 직장동료의 눈에 낀 눈곱을 발견할 때, 장례식장에서 터져 나온 경쾌한 벨소리같이 갑자기 터지는 웃음처럼 인생 참 별 거 아니라는 안도감이 밀려온다.


부모보다 가난한 세대, 한 번도 경기가 좋은 적이 없던 세대, 누구도 지켜주지 못하는 각자도생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희망은 필요하다. 올해는 실적이 나쁘지만 곧 실적이 향상될 것이라거나, 올해도 월급이 오르지 않겠지만 내년에는 반드시 인상 계획을 실천하겠다는 희망이 필요하다. 매년 올해는 작년보다 더 안 좋아질 것이라는 예측보다는 올해는 작년보다 좋아질 부분이 이러하니 여기에 집중하자라는 희망이 필요하다.


눈앞에 있는 순간에 최선을 다해 살아갈 뿐 p.54

시인 나희덕 씨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얘기하기도 했어요.

"궁극적 목표는 임시적 목표든 세운 일이 없다. 목표를 세워봤자 그대로 된 적이 없고 늘 다른 돌발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학교 다닐 때도 몇 등을 하겠다. 이걸 갖고 싶다. 무엇을 이루겠다 하는 생각이 없었다. 눈앞에 있는 한순간 한순간을 최선을 다해 살아낼 뿐이다. 외부적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내면을 잘 살펴서 삶의 방향이나 태도를 돌아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잘파세대는 거창한 미래를 꿈꾸고 그 미래를 향해 매진하자는 말보다 이렇게 '큰 목표를 세우지 말고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자'는 말에 더 공감하는 거예요.

《이제는 잘파세대다》(이시한, 알에이치코리아, 2023.10.30.)


외국에 나가 어학원이라는 곳을 가보면 전세계에서 온 사람들이 서로 더듬거리며 영어로 상대와 소통하려고 노력한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겠지만 어떻게든 대화하고 이해하고 말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서로를 괴롭게 하지 않겠다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말만 해도 숨이 막히는 자신의 주장만을 반복하는 잘난 사람들이 많은 사람들을 괴롭히지 말고 눈에 보이지 않을 내일의 희망이 주어지면 좋겠다.


살면서 보기 싫은 유형의 인간들이 자꾸 늘어만 간다. 내가 꼬여가는 것인지, 이상한 인간들이 늘어나는 것이 당연한 사회를 살아가는 것인지 모르겠다. 충실하게 살아가면서 봐도 계속 보고 싶고 이야기 나누고 싶은 사람들이 넘쳐나는 새해가 되길 기대한다.

"아모르 파티(amor fa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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