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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무십일홍 권불십년

노예끼리 이러지 맙시다!

by Jeader

현대 사회의 노예 p.38

‘노예들은 자신의 환경에 너무나 익숙해진 나머지, 자신의 발에 연결되어 있는 쇠사슬을 다른 이에게 자랑하기 시작한다. 또한 반대로 쇠사슬에 묶여 있지 않은 자유인들을 비웃기 시작한다. 노예들을 묶고 있는 쇠사슬은 같은 쇠사슬이며, 노예는 그저 노예일 뿐이다. 과거의 노예들은 자유를 버리지 않고 스스로 자유로워지려고 노력했었지만, 현대의 노예들은 스스로 노예가 되며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오히려 노예가 되는 것을 자랑스러워한다.’

리로이 존스LeRoi Jopnes라고 알려진 미국의 시인이자 극작가 아미리 바라카Amiri Baraka가 뉴욕 할렘에서 연설할 때 했던 말이라고 한다. 사실 정말로 아미리 바라카가 저 발언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고, 어떤 사람들은 일본의 노동 운동가가 지어낸 말이라고도 한다.

《끝없는 월요일》(진율, 여니북스, 2023.11.10.)


오늘 출근하고 자리에 앉아서 오늘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하면서 갑자기 나는 노동자인가 노예인가 하는 생각이 밀려왔다. 스스로 직장을 선택하고 나의 일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과연 나의 직장을 내가 선택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몰려온다. 아침부터 갑질하며 인사상 불이익을 논하는 조직에서 나는 어쩌면 선택받은 노예가 아닐까 싶었다.


나에게 전화를 했던 사람도 어차피 노예일 뿐인데 이미 이 환경에 익숙해져 서로의 발을 묶고 있는 쇠사슬을 비교하며 자랑하는 것은 아닌가 깊은 빡침이 밀려왔다. 자기 말대로 하지 않으면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고 쉽게 말해도 되는가 하는 의문도 든다.

"자신과 직장의 목표가 같다고 착각하는 것일까?"

아 나의 직장에도 직장인간이 등장했다.


뜬금없는 개소리에 갑질119에 신고를 해야 하나 아침부터 심난하다. 예전 프랑스에서 절대권력을 휘두르며 화려한 궁정생활을 했던 루이 14세의 개소리가 떠올랐다.

"짐이 곧 국가다."

아 굳이 해외 역사뿐 아니라 조선시대에도 자신의 안위가 국가의 존망이라고 위기의 상황에서 백성들을 뒤로하고 자신만의 살길을 도모했던 선조나 인조도 있었다.


작은 권력에 꼴 보기 싫게 변하는 인간들이 많다. 권력은 뇌를 변화시켜 권력형 인간으로 변화시킨다. 그런 상황에서 스스로를 지키는 사람들은 대단한 절제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아니면 권력의 허망함을 알고 있는 것 같다.


화무십일홍 권불십년(花無十日紅權不十年)

"십 년 가는 권세 없고 열흘 붉은 꽃은 없다."

아무리 높은 권세를 지녀도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언젠가는 무너진다. 오늘 나는 스스로 충실하게 오늘을 보냈는지, 그리고 타인에게 권세를 자랑하는 우를 범하지 않았는가 반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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