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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호너구리 Nov 14. 2023

세후 190 인간 - 4

갑작스럽게 불안감이 올라와서 저번에 받아둔 약을 먹었다. 가끔 해일같이 몰려오는 불안에는 약 말고는 특별히 대책이 없다. 머리가 아프고 관자놀이를 쿡쿡 찌르는 고통이 오고, 머릿속에서는 과거에 대한 후회로 가득 찬다. 정확히 언제 잔 지는 기억은 안니지만 겨우 잠자리에 들었다. 약을 먹고 일어나면 입맛이 급속도로 하락한다. 내가 먹은 밥알의 수를 셀 수 있을 만큼 먹는다.

다행히 그럭저럭 나아졌다. 견딜만하다고 하는 게 맞는 표현일 거 같다. 최근에 밀려오는 무기력에 사실 속절없이 당하고 있다. 적은 월급, 보이지 않는 미래, 잃어버린 웃음, 사라 버린 즐거움등 (적은 월급이 가장 큰 것 같다.) 다른 사람들과의 나를 비교한다. 재력, 얼굴, 키, 애인, 직업 등등. 비교를 시작한다면, 끝이 없다. 하지 말아야 건강한 인간이지만,  그럼에도 나는 나약한 인간이기에, 끊임없이 남을 비교하며 나를 깎아먹는 바보 같은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는 게 재미가 없다는 게 제일 슬프다. 그동안 날 재밌게 하고 즐겁게 해 줬던 것을 다시 해보아도 즐거움은 오지 않는다. 새로운 풍경, 새로운 행동, 새로운 사람 어떠한 것들이 새롭다고 한들. 나 자신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 아닐까. 

저번주에 다시 한번 근로계약서를 받고 다시 한대를 얻어맞았다. 내가 세후 190 인간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고 인정하지만, 그래도 영 확인사살을 당한 기분이 든다. 게다가 월요일이라니 이건 너무하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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