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후 190만 원. 처음엔 그 돈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저 그만큼 일하고, 그만큼 벌면 된다고. 하지만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했던가. 나는 어느새 '세후 190 인간' 주제에 회사를 위해 희생하고, 공부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 노력은 쓸모없었다. 칭찬은커녕 왜 했냐는 비난만 돌아왔다. 허무함이 밀려왔다. 나는 그저 성취하고 싶었다. 하루하루 좀비처럼 살고 싶지 않았다. 작은 성취라도 이루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실패했고, 그저 하늘만 바라볼 뿐이었다.
그러다 예전에 함께 일했던 주임을 만났다. 앙숙이었던 우리는 이제 서로에게 웃으며 술잔을 기울인다. 같은 업계에 있다는 공통점은 생각보다 컸고, 술자리에서 나눌 이야기도 많았다.
그날의 화두는 '성취'였다. 그는 지금 회사에서 더 적은 돈을 받지만 행복하다고 했다. 성취감 때문이었다. '세후 190 인간' 주제에 성취를 말하며 행복해하는 그의 모습은 낯설었다. 그는 예전에 늘 불행해 보였는데, 이제는 행복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세후 190만 원으로 살아가는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성취감일지도 모른다고. 당장 월급이 크게 오르는 것도 아니고, 1년 뒤에도 상황은 비슷할 것이다. 결국 2년 동안은 '세후 190 인간'으로 살아가야 한다. 그런 우리를 움직이는 것은 결국 성취감 아닐까.
스스로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을 느끼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한 것 아닐까. 그것이 '세후 190 인간'의 마음가짐이 아닐까.
나는 다시 한번 생각한다. 세후 190만 원. 적은 돈이지만, 그 안에서도 성취를 찾고, 스스로를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그것이 내가 살아가는 이유이자, '세후 190 인간'으로서의 마음가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