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명세서를 펼쳐보니 숨이 턱 막힌다. 세후 190만 원 버는 월급쟁이에게 160만 원이라는 카드값은 너무 가혹하다. 잔액을 확인할 때마다 한숨만 늘어난다. 돈을 쓰는 항목들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정작 '나'를 위해 쓴 돈은 얼마 되지 않는다. 편의점 맥주 몇 캔, 마트에서 산 소주 몇 병, 담배, 포장해온 닭강정, 그리고 정신과 진료비. 이것이 전부다.
어쩔 수 없는 사회생활, 그리고 그 안에서의 소비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돈을 써야 하는 부분들이 있다. 외근 나가서 먹는 밥값, 직장 동료들과의 커피값, 경조사 비용 등. 특히, 여자 동료들이 많은 직장에서 커피값은 무시할 수 없는 지출이다. 아랫사람이라 얻어먹는 경우도 많지만, 그렇다고 매번 얻어먹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사회생활의 '암묵적인 룰'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가족,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지출
가족과 연인을 위한 지출도 만만치 않다. 함께 사는 어머니를 위해 쓰는 돈, 여자친구와의 데이트 비용 등. 특히, 어머니에게 쓰는 돈은 아무리 아껴 쓰려고 해도 생각보다 많이 나간다. 아들이 사주는 것이 제일 좋다는 어머니의 마음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를 위한 삶은 어디에?
이렇게 카드 명세서를 찬찬히 살펴보면, 정작 '나'를 위해 쓰는 돈은 거의 없다. 아들로서의 역할, 남자친구로서의 역할,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 친구로서의 역할. 이 모든 역할들을 수행하기 위해 돈을 쓰고 있지만, 정작 '나' 자신을 위한 소비는 뒷전으로 밀려난다. 미래를 위한 저축은 하고 있지만, 현재의 '나'를 위한 것은 아니다.
씁쓸한 현실, 그리고 작은 위로
세후 190만 원 버는 월급쟁이에게 남은 것은 술과 담배뿐이다. 씁쓸한 현실이지만, 그 안에서 작은 위로를 찾아야 한다. 힘든 하루 끝에 마시는 맥주 한 캔, 담배 한 개비가 주는 위안은 작지만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