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고 나
따스한 햇살이 어항 속을 비추던 날, 작은 생명들을 위한 나의 정성은 삐뚤빼뚤한 글씨로 꾹꾹 눌러쓴 일기장 속에 고스란히 담겼다. 혹여나 뜨거운 햇볕에 금붕어들이 힘들어할까 봐 준비한 부레옥잠은, 어린 나의 서툰 배려였다.
"금붕어들이 햇빛을 피할 때가 없어서 그늘처럼 하면 좋을 것 같아."
친구들의 의아한 시선에도 나는 당당하게 말했다. 어항 속 작은 세상을 지키고 싶은 마음, 그 순수한 열정은 그 어떤 논리보다 강했다. 부레옥잠 덕분이었을까. 우리 조의 금붕어는 다른 조보다 오래 살아남았고, 결국 학교 연못으로 옮겨졌다.
등굣길, 하굣길, 나는 늘 연못에 들러 금붕어들을 바라보았다. 어떤 녀석이 내가 돌봐주던 금붕어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저 힘차게 헤엄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벅차올랐다. 그때의 나는 세상 모든 것을 품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된 지금, 우연히 들른 카페에서 마주한 어항은 어린 시절의 기억을 소환했다. 하염없이 어항을 바라보며, 나는 문득 잊고 지냈던 감정들과 마주했다.
투명한 물속을 유유히 헤엄치는 금붕어들. 그들의 모습은 마치 나의 어린 시절, 꿈과 희망으로 가득했던 그때의 나를 비추는 것만 같았다.
어항 밖 세상은 냉혹하고, 때로는 숨이 막힐 듯 답답하다. 하지만 어항 속 금붕어들은 그저 주어진 공간 안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며, 순간순간을 살아간다. 그들의 모습을 보며 나는 잠시나마 세상의 시름을 잊고, 잊고 지냈던 순수함을 되찾는다.
어항 속을 떠다니는 금붕어들은 마치 어린 시절 꿈속에서 보았던, 하늘을 둥둥 떠다니는 물고기들 같다. 그 꿈처럼, 나도 다시 한번 자유롭게 꿈꾸고, 희망을 품을 수 있을까.
현실은 여전히 냉혹하고, 나는 여전히 '세후 190 인간'일지 모른다. 하지만 어항 속 금붕어들을 보며 나는 다시 한번 희망을 품어본다. 언젠가는 나도 저 금붕어들처럼, 답답한 어항을 벗어나 넓은 세상을 자유롭게 헤엄칠 수 있기를. 그리고 그때는 지금보다 더 단단하고, 더 넓은 마음으로 세상을 품을 수 있기를.
카페를 나서는 발걸음은 조금 가볍다. 어항 속 금붕어들은 여전히 유유히 헤엄치고 있고, 나는 그들의 모습을 마음속에 담아 다시 냉혹한 현실로 돌아간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희망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어딘가에 숨어 있다가, 문득 나를 찾아와 따스하게 감싸 안아 줄 것을.
그러니 괜찮다. 아직 늦지 않았다. 나는 다시 꿈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