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다는 것은, 때로는 내 몸뚱이 하나를 걸고 거래를 하는 것이다. 회사에 다니다 보면, '이렇게 일하는데 이것밖에 못 받아?'라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 새로운 생각이 든다. ‘다른 곳으로 간다면 좀 더 돈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에서 출발해, 다시 거래를 해볼까 고민한다.
내 주위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해서 얼마를 버는지, 내가 가진 능력은 무엇인지, 그 가치는 얼마나 되는지 가늠해 본다. 이곳을 나가 다른 곳으로 간다면, 얼마나 많은 고통이 따를지도 생각해 본다.
세후 190만원. 인간답게 살아가는 것이 버거워 이것저것 알아보지만, 쉽지 않다. 내가 가진 무기가 충분하지 않아서, 전쟁터로 뛰어들 엄두가 나지 않는다. 지금 있는 곳에서 다른 곳으로 떠날 때, 미지의 것에 대한 두려움이 밀려온다.
두려움은 모르는 것에서 온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고 하지만, 그 안의 생태계는 천차만별이다. 초원의 짐승처럼, 어떤 짐승이 무서운지 직감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사무실 분위기라는 것도 그렇다. 겉으로는 아무것도 알 수 없고, 그 안에 숨 쉬는 다른 생태계가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래서 거래를 해보려고 하다가도, 여러 가지 생각이 들면서 다시 제자리에 서게 된다. 도전은 언제나 어렵다. 특히 지금 가진 것을 잃는 것이 두려운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라’는 말은 때로 무책임하게 들린다. 도전하지 않는 이들을 패배자, 도망자, 겁쟁이로 매도하는 것을 볼 때마다 구역질이 난다.
현재 세상은 가진 것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힘든 세상이다. 내 속의 음식조차도 내 입을 벌려 꺼내 가져가려는 세상이다.
실패를 두려워해 가진 것을 열심히 지키는 사람들의 삶은 생각보다 훨씬 더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