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야호너구리 Sep 04. 2024

거세당한 남성성의 발악

나이 든 남자들이 꼰대가 되어가는 이유는 단순히 나이 탓만은 아닐 것이다. 그들의 권위적인 태도 뒤에는, 어쩌면 남성성의 상실이라는 불안감이 도사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특히 경제적,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이러한 경향이 짙어 보인다.


그들은 젊음을 잃고, 이성에게 어필할 수 없는 자신의 모습에 실망하며, 젊은 남성 직원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는 듯하다. 젊은 직원이 자신 앞에서 쩔쩔매고, 술을 받아 마시고, 명령에 복종하는 모습을 보며 사회의 승자인 양 쾌감을 느끼는 것이다. 마치 자신의 빛나는 트로피를 전시하듯, 아랫사람들을 자신의 권위 아래 굴복시키고 과시하려 든다.


특히 여성 앞에서 그들의 행동은 더욱 노골적으로 변한다. 젊은 남성 직원의 남성성을 평가절하하고 깎아내리며, 그를 라이벌 관계로 인식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마치 여성 앞에서 자신의 우월함을 증명하고 싶어 안달이 난 듯, 추파를 던지고 성희롱에 가까운 농담을 던지며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그들은 존경이 아니라 추앙을 갈구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그들은 깨닫지 못한다. 자신이 받는 존경과 호응은 오직 사회적 지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을. 누구나 젊은 시절, 아무 조건 없이 사랑받고 인정받던 시절을 그리워한다. 하지만 사회생활은 냉혹하다. '주고받는 관계' 혹은 힘에 의한 복종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들은 이러한 진실을 외면한 채 스스로를 기만하며 살아간다. 씁쓸하지만, 그들의 삶은 앞으로도 별 탈 없이 흘러갈 것이다.


그들의 뒷모습은 씁쓸하다. 사회적 성공이라는 가면 뒤에 숨겨진, 남성성의 상실과 인정 욕구라는 공허함을 마주할 용기가 없는 그들의 모습은, 결국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이전 07화 조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