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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호너구리 Sep 04. 2024

세후 190 인간 - 5

한 달이 조금 넘게 입사한 나, 그리고 2주일 먼저 온 동료는 '일신상의 사유’로 자리를 비웠다. 그의 자리는 이제 텅 비어 있고, 그가 맡았던 일들은 다른 곳으로 분산되어 버렸다. 마치 그가 여기 있었다는 흔적조차 사라진 듯하다. 나도 이 자리를 떠난다면, 아마 똑같을 것이다.


특별하지 않다는 것을 언제부터인가 인정하게 되었다. 누군가가 떠나면, 그 자리는 마치 없었던 것처럼 흔적이 사라진다. 슬프지만, 우리 모두는 어쩌면 조연이나 단역일지도 모른다. 


주인공이 무대에서 사라지면 모두가 놀라겠지만, 단역이 바뀌어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그 친구도, 나도, 우리 모두도 결국은 단역인가.


공고가 다시 올라왔다. 취업난을 증명하듯 많은 사람들이 지원했다. 이것은 주연을 찾는 오디션이 아니다. 누가 와도 별 차이가 없는, 특별함이 필요 없는 엑스트라 자리다. 주연 오디션은 어딘가 다른 곳에서 이루어지겠지만, 엑스트라는 여기저기서 쉽게 찾을 수 있다.


5월이 되면 새로운 사람이 그 빈자리를 채울 것이다. 누가 오든 그 자리는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세후 190 인간의 삶을 살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라면, 조금 더 오래 버틸 수 있을까? 하지만 그 생각은 잠시 접어두기로 한다. 월요일에는 생각이 건강에 해롭다고 하니, 오늘은 그저 무념무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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