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밀려오는 불안감에, 정신과에서 처방받은 약을 꺼내 먹었다. 가끔은 해일처럼 몰아치는 불안을 약으로만 겨우 잠재울 수 있다. 머리가 욱신거리고, 관자놀이가 쿡쿡 찌르는 듯한 고통이 밀려온다. 잠자리에 들 때까지도, 과거에 대한 후회로 머릿속이 가득 차 있다. 약의 부작용으로 입맛도 뚝 떨어져, 밥알 하나하나를 셀 정도로 먹는 양이 줄어든다.
그럼에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견딜만하다’는 말이 이 상황에 가장 어울릴 것 같다. 최근에는 무기력함에 속절없이 떠밀려가고 있다. 적은 월급, 불투명한 미래, 잃어버린 웃음, 사라진 즐거움… 이 모든 것들이 나를 짓누른다. 비교의 늪에 빠져, 재력, 외모, 키, 애인, 직업 등을 타인과 비교하며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바보 같은 짓을 반복한다.
삶이 재미없다고 느끼는 것이 가장 슬프다. 예전에 즐거움을 주었던 것들을 다시 해보아도, 그 즐거움은 돌아오지 않는다. 새로운 풍경, 새로운 행동, 새로운 사람들… 모든 것이 새롭다 해도, 내가 그 새로움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은 아닐까.
지난주에 근로계약서를 다시 받고, 마음 한 구석이 무너졌다. '세후 190 인간’이라는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마치 확인사살을 당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것도 월요일에 맞닥뜨리니, 이건 정말 너무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