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취업 준비 끝에, 운 좋게 마지막으로 지원한 곳에서 기회를 얻었다. 사회복지사로서의 길을 놓아버릴 뻔했지만, 마지막 순간에 붙었다. 기분은 알 수 없지만, 취직이라는 것 자체에는 기쁨을 느낀다.
그러나 기쁨은 광고처럼 잠깐 스쳐 지나가고, 다시 직장인의 일상에 발을 들이니 기분이 영 좋지 않다. 지옥철, 젠장. 그래도 인간이기에 일은 해야 한다.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세후 190만 원이라는 현실 앞에서는 허무함과 걱정이 교차한다.
최근 친구들의 결혼 소식에 마음이 심란해졌다. 특히 가장 친한 U의 결혼은 내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나도 저런 행복을 맞이할 수 있을까? 준비는 되어 있는 걸까?
정신의학에서는 현재의 문제를 과거에서 찾는 것을 경계한다. 하지만 나는 세후 190만 원짜리 인간이 된 것이 과거의 잘못 때문은 아닐까 고민한다. 정신과를 다니며 이런 생각을 하고, 간수치가 높아져 매일 약과 술에 의존하는 내 모습을 보며 자조한다.
노인센터에서 일할 때는 열정이 넘쳤다. 추천으로 들어간 자리라 부담도 컸지만, 인정받는다는 생각에 최선을 다했다. 지금의 나는 그때의 열정이 말라비틀어진 콩나물처럼 느껴진다.
‘세후 190 인간’, 글을 적다 만들어진 단어지만, 싸구려 히어로 영화 제목 같아 마음에 든다. 앞으로 내 캐릭터는 '세후 190 인간’으로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