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취업 준비의 터널을 뚫고, 마침내 마지막으로 생각했던 곳에서 기회를 잡았다. 기숙사 사감일을 마치고 이곳에 온 나, 그리고 그와 함께 들어온 동료. 이제는 '있었다가’가 되어버릴 그의 모습이 아쉽다.
팀원들과의 면담, 국장님과의 대화를 지켜보며, 떠나가는 것에 대한 눈치를 챘다. 일을 관두어본 경험이 많아, 이런 직감은 비정상적으로 예민해졌다. 물어보지 않았지만, 그의 건강상의 이유로 퇴사한다는 말에, 나는 보통의 역시나라고 생각했다.
K가 결혼을 준비하며 직장을 그만두겠다고 했을 때, 그의 건강 문제가 아닌 직장의 문제임을 알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관두는 건 관두는 거야. 당당하게 나가. 건강상의 이유로 포장하는 건 좋지 않아.” 나 역시 전 직장을 떠날 때 건강상의 이유를 대지 않았다. 정신과를 다니며, 일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그런 이유를 말하며, 그렇게 자리를 옮겼다.
나와 비슷한 나이의 그 친구. 같은 '세후 190 인간’의 삶을 살고 있는 우리 모두는 안타깝다. 그런 이유로 퇴사하지 말라고, 실패로 여기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그 우스갯소리처럼, '경력 있는 신입’을 원하는 직장들. 그래도 조금만 더 버틴다면, 앞으로의 길이 수월해질 거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남의 인생에 왈가왈부할 수는 없다.
실패가 경험이라는 말을 깨닫기까지, 많은 대가를 치르는 것이 현실이다. 청춘은 도전이고,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쉽게 말하지만, 한 번의 실패가 오래도록 아물지 않는 상처로 남는 이들이 주변에 너무 많다. 그래서 실패는 두렵고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내라고 말하고 싶다. 실패가 아니라 경험이라고,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모든 '세후 190 인간’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