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후 190 인간의 삶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몇 가지 전제조건이 붙는다 해도.
첫째, 캥거루족이 되어야 한다. 서울의 집값은 숨만 쉬어도 돈이 빠져나가니, 부모님 곁에서 살아야만 한다.
둘째, 사치는 절대 금물이다. 'FLEX’란 단어는 잊고 살아야 한다.
셋째, 결혼은 고려 대상 밖이다. 반려동물조차 부양하기 어려운 현실이니, 결혼은 더더욱이다.
넷째, 건강은 평탄해야 한다. 아픈 순간, 모든 것이 위태로워진다.
이렇게 적고 보니, 세후 190 인간의 삶은 상당히 엄격한 조건들로 둘러싸여 있다. 현재 네 번째 조건이 흔들리고 있다.
내 곁을 지키는 여자친구가 아프다. 연애는 허락된다고 믿지만, 병원비 걱정이 앞선다. 건강이야말로 최고의 가치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술을 통해 다시 건강을 되찾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삶은 충분히 살 만하고 행복할 것이다. 수술이 성공적이고, 건강해진 여자친구의 웃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