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건조한 일상의 지적 허영심

'22년 내가 읽은 책들

매년 연말이 되면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한 해를 정리한다. 내가 한 해를 정리하는 방법은 1년 동안의 독서리스트와 책장 정리이다. 매년 마지막 주말이 되면 한 칸의 책 장을 비운다. 새해에 구입할 책들을 위한 비움이다. 책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비우지 않으면 새로운 공간을 만들지 못한다. 욕심 때문에 언제나 완벽한 비움에 도달하지 못하는 탓에 매년 책장은 점점 복잡해진다.


올해도 책장 한 칸을 비우고 더 복잡해진 책장을 바라보며 미련한 욕심에 쓴웃음을 지어보지만 역시나 책을 정리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매달 첫 번째 토요일 서점에 간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독서습관을 길러주기 위해 시작한 일이지만, 아이들의 입시일정과 바빠진 일상에 떠밀려 이제는 혼자서 서점을 드나들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바쁘더라도 서점에 간다. 독서를 통한 즐거움은 읽는 즐거움도 크지만, 서점에 가는 즐거움도 못지않기 때문이다. 서점에 가서 서가를 기웃거리며 구입할 책의 후보를 골라낸다. 다시 한번 골라낸 책들 중 구입할 책을 선별해서 2-3권쯤 책을 구입한다. 서점에서 나와 시간이 있는 날은 한적한 동네 카페를 골라 커피 한 잔으로 자리값을 지불하고 1-2시간 새 책들의 향기에 빠져들어 본다.


한 달에 한 번 서점에 가는 것은 냉장고에 한 달 먹을거리를 채우는 쇼핑과 같은 일이다. 이렇게 지적 허영심을 채우고 나면 또 한 달의 건조한 현실을 받아들일 정신적 준비는 어느 정도 된 셈이다. 올해도 매 달 첫 번째 토요일 나는 어딘가의 서점을 배회하고 있을 것이다.


올해 읽은 책들의 리스트와 가장 최근에 읽은 윤동주의 전·시집에 수록된 '자화상'이라는 시로 2022년을 정리하고자 한다.


2022년 독서 리스트


1월

두도시이야기 - 찰스디킨스 01.07

세 PD의 미식여행 여수 - 손현철,홍경수,서용하 01.15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 한나 아렌트 -01.19

여수의 사랑 - 한강 01.23

흙속에 저 바람 속에서 - 이어령 01.28

린치핀(2/3) - 세스고딘 01.30


2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재독) - 체 게바라 02.09

엄마를 부탁해 - 신경숙 02.13

투자의 태도 - 관상준 02.17

내 인생의 첫 주식공부- 백영 02.23

기나긴 이별 - 레이먼드 챈들러 01.24

워렌버핏 투자노트 - 메리버핏, 데이비드 클라크 02.25


3월

태엽감는 새 연대기1 - 무라카미 하루키 03.05

생각에 관한 생각 - 대니얼 카너먼 03.06

내 인생의 첫 주식공부(재독) - 백영 03.07

태엽감는 새 연대기2 - 무라카미 하루키 03.09

주식투자 ETF로 투자하라 - systrader79, 이성규 03.16

현명한 투자자 - 벤저민 그레이엄 03.19

연옥의 수리공 - 경민선 03.20

태엽 감는 새 연대기3 - 무라카미 하루키 03.25


4월

The one thing - 게리켈러, 제이 파파산 04.04

ETF초보자 최다질문-나수지 04.14

여행하는 인간(재독)-문요한 04.27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강신주 04.30


5월

요즘애들 - 앤 헬렌 피터슨

씨네샹떼(1/10) - 강신주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았더라면 - 브로니 웨어 05.31


6월

10년 후 100배 오를 암호화폐에 투자하라. - 박종한 06.10

나는 걷는다(아나톨리아 횡단) - 베르나르 올리비에 06.25


7월

김헌의 그리스 로마 신화 - 김헌 07.20

현의 노래 - 김훈 07.30


8월

나태주 연필화 시집 - 나태주 08.07

나는 걷는다(사마르칸트) - 베르나르 올리비애 08.25

하얼빈 - 김훈 08.27


9월

방랑의 미식가 - 구스미미 사유키 09.03

김수영 디에센셜 - 김수영


10월

페스트(재독) - 알베르 카뮈 10.13

당신에게 말을 건다(속초 동아서점 이야기) - 김영건 10.15


11월

최후의 유혹 - 니코스 카잔차키스


12월

유시민의 항소이유서(재독)-유시민 12.20

앵무새 죽이기 - 하퍼리 12.24

윤동주 전 시집 - 윤동주



자화상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리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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