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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은 Jean Sep 06. 2018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오래된 속담 중에 '열 번 찍어 안넘어가는 나무 없다.' 라는 말이 있다. 이 세상엔 열심히 노력한다면 성공할 수 있는 많은 일들이 존재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이 이 속담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한 가지 사실이 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불가능할 때가, 때론 역효과가 날 때가 있는 일들 중에 하나가 바로 '연애'라는 사실 말이다.



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날 좋아하지 않지?

나는 한 번 깊은 짝사랑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의 내겐 짝사랑이란 노력하다보면 언젠가 반쪽짜리에서 온전한 하나로 바뀔 수 있는 마음,  '들이대면 이뤄진다고 믿는 마음'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세상엔 절대로 닿을 수 없는 마음들이 존재한다는 걸, 짝사랑을 시작한 지 채 오래 지나지 않아서 깨달았다.

그에게서는 날 향한 아무런 관심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아무리 사람들이  "남자는 단순해. 관심이 없으면 네게 연락하지 않아." 라고 해봤자 그건 내 입맛에 맞는 대답이 아니였다. 애초에 그 조언을 던지는 사람들은 한 가지 사실을 간과했다. 그렇게 단순하다는 남자, 그리고 단순한 사실을 받아들이기엔 내 마음이 단순하지 않았다는 것.


그렇게 혼자서 무리하는 동안 가끔은 그의 앞에 선 내 자신이 너무나도 분할 때도 있었다. '아직 보여주지 않은 나의 다른 매력들을 보여주겠어, 더 시간을 두고 보면 괜찮은 사람이란 걸 언젠가 알게될거야.'라는 마음. 혼자 그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를 쓰기도 하고, 그가 마음에 들어하는 조건과 내가 가진 조건들을 하나 하나 따져보며 내 자신을 변화시켜보려고도 했지만 그 결과는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



영화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남자는 관심이 없으면 연락하지 않는다며 지지에게 설명하는 장면


그 짝사랑이 현재진행형이던 시절, 우연히 보게 된 영화가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였다. 그 영화의 엔딩은 진지한 연애에 관심이 털끝만큼도 없던 남자가 자신에게 내내 매달렸던 여자를 끝내 사랑하게 되며 '너는 나의 예외야' 같은 달콤한 말로 끝나는 장면이였다.


짝사랑을 시작하기 전의 나는 내심 그런 엔딩을 믿었다. 노력하면 언젠가는 나를 돌아봐주는 세상 따듯한 엔딩 말이다. 하지만 결국 닿지 않을 마음을 쥐고 있어 보니 내가 주인공인 현실은 전혀 다른 엔딩이였다. 매달릴만큼 매달린 여자는 관심이 없는 남자에게 갖가지 방식으로 거절을 당하고 결국 자존감의 바닥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엔딩 . 그때서야 알았다. 영화와는 달리 현실에서 벌어지는 짝사랑은 가끔씩 참혹할 때가 있다는 것을.


연애는 해병대가 아니다.

'안되면 될 때까지'의 다짐 같은건 연애에 있어선 통하지 않으며 때론 굉장히 무례한 일이기도 하다. 안되는 걸 되게 만들어 보려다가 자신이 낭패를 보거나 상대방을 상처주는 경우가 간혹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사랑보다도 짝사랑은 더욱,  포기할 적절한 때를 알아야 한다. 물론 자신의 상처도 감수하고 짝사랑이란 도박에 뛰어드는 것은 박수를 받을 정도로 용기 있는 행동이지만 어느 정도 시도해보고 나서 이뤄지지 않는다 싶으면 포기해야 할 타이밍을 찾는 것도 하나의 선택지다.


예전에 어디선가 '짝사랑은 사랑이 아니다.'란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 말에 마음 한 구석이 시큰해지긴 했지만 이해가 갔던 건 사랑은 한 사람의 마음으로만 성립하는 것이 아니란 걸 알기 때문이였다. 마음을 가지는 건 개인의 자유지만 그걸 상대방에게 강요하거나 자기 자신을 깎아 내리는 수준의 짝사랑이 된다면 그건 사랑보다는 집착의 형태에 가까워지고, 상대방을 끌어당기기보단 오히려 상대방을 밀어내는 효과를 낸다. 그러기에 시작하는 타이밍보다도, 그만두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나는 이뤄지지 않는 짝사랑이 나쁜 것이였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물론 사랑하는 사람을 바로 눈 앞에 두면서도 그 무엇도 주지도 받지도 못하는 마음이기에 애가 닳기도 했지만, 그 마음들을 간직하면서 좋은 추억도 많이 생겼기 때문이다.


또한 이뤄지지 않은 짝사랑이 사랑에 있어서 실패라고도 생각하지도 않는다. 물론 짝사랑은  사랑을 남기진 못한다. 하지만 한 가지 교훈이 남는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그 사람이 사랑을 만나는 것 자체가 굉장한 행운이라는 것.


그러니 이뤄지지 않는 짝사랑이라고 해도 나쁘지 않다. 그 짝사랑이 지나간 후 기껏해야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최악의 엔딩은 언젠가 사람과 사랑이 닿는 기적을 만났을 때 소중히 여길 수 있는 마음을 지니게 되는 것일테니 말이다.




인스타그램 @jeanbehere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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