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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이야기를 깊이 담아 듣는다는 것은

무려 천 번의 인터뷰에서 나온 편집장의 문장들

by 정지은 Jean



빅이슈에 입사했던 때 박현민 편집장님을 처음 만났던 순간을 기억한다.


면접장 테이블 한 가운데 앉아있던 편집장님은 싸늘한 표정을 한 채로 몇 가지 질문을 던지셨는데, 그곳이 면접장인지 시베리아 벌판인지 의심할 만큼 뼈를 관통하는 한기에 온몸이 시릴 정도였다.


"절대로 합격시키실 표정이 아니셨어" 라며 체념과 함께 친구와 저녁식사를 하고 있던 중 합격 전화가 왔고 (이것은 아직도 빅이슈 4대 불가사의에 속한다) 그렇게 나는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각종 고난을 함께하게 된 그의 부하직원이 되었다.


동료 기자님들은 항상 나와 편집장님이 너무나도 결이 다른 사람이라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 당시의 나는 편집장님을 '이때까지 본 적 없는' 사람이라 정의했고, 아마 편집장님은 나를 '이때까지 본 적 없는' 부하직원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단순한 추측)


극과 극으로 달랐던 두 사람이 단체사진 같이 찍기도 어색한 사이에서 '같은 팀'이라는 구호를 외치는 동지가 되기까지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불행은 사람을 연대하게 한다'는 꽤나 일리가 있는 말이다. 지금은 심지어 편집장님의 미처 몰랐던 배려들을 떠올리면 마치 돌아가신 아버지의 일기장을 읽는 먹먹한 감정을 느끼는 경지에 이르렀으니. 사람 사이의 힘이란 실로 대단한 것이다.



한강 멍 때리기 대회 (출처 : 한국경제 TV)


그래서인지 더욱, 기자로서의 첫 상사이자 롤모델인 편집장님이 브런치에 발행할 '씨-멘트'라는 매거진의 기획을 들었을 때 설렜다. 지난 10 여 년간 연예부 기자 생활을 하며 만났던 천 명의 인터뷰이들의 기록이 담긴 콘텐츠. 그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콘텐츠였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글에서 확인할 수 있듯 이 매거진은 비단 인터뷰이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의 그를 완성한 지난 10년간의 기자생활이 오롯이 담겨 있기에 그의 발자취가 궁금했던 내겐 굉장히 반가운 연재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링크는 아래에)

https://brunch.co.kr/@hellogato/11

기자는 인터뷰로 인해 성장한다

편집장님이 첫 인터뷰를 앞둔 내게 해줬던 말로 지금도 항상 마음에 새기고 있는 말이다. 누군가가 볼 땐 기자가 단순히 누군가의 말을 전달하는 메신저의 역할일지도 모르지만 인터뷰란 사실 그 이상의 과정이라고.


누군가를 잘 알아가기 위한 질문들을 준비하고, 서로를 되돌아보는 찰나의 대화를 통해 인터뷰이와 함께 성장하는 시간들. 그 과정이 그들과 다음, 또 그다음을 만드는 기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이 당시 내 마음을 관통했다. 어쩌면 이 문장들이 인터뷰를 거듭할 수 있는 지금의 원동력과 용기를 얻게 된 나를 만든건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이 매거진을 봤으면 한다. 인터뷰가 기자들에게도, 인터뷰 대상에게도, 그리고 독자들에게도 가슴떨리는 일이 되길 바라니까.


그의 첫 글은 드라마 <치즈 인 더 트랩>을 촬영할 당시 김고은 배우의 인터뷰라고 한다. 벌써부터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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