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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과의 대화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

명상을 시작했다

by 정지은 Jean


지난 몇 주간 퇴근 후 매일 3시간씩 명상, 걷기만 하니 살이 무려 6kg가 빠졌다. 재작년에 샀다가 못 입은 치수 작은 옷들을 다시 입으며 왠지 2년 전 소원을 자다 일어나 이룬 것 같은 어벙 벙한 감정이 들기도 했다.


가장 큰 변화는 지금 이순간도 흘러가는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생각이 몰아쳐서 멍때리는 시간이나 주말이나 퇴근 후 집에서 주저앉아있는 시간이 아깝다. 명상은 정말 많은 것들을 달리 보게 만들었다.


사실 명상을 만나기 이전의 나는 직업 탓이였을까. 인생의 고민들을 마주하는 방식이 마치 인터뷰와도 같았다. 타자 간의 대화를 통해 위로와 답을 얻을 수 있다고만 생각했다. 어느 분야에서 빛날 정도로 성공하거나, 극한의 순간을 이겨내 무언가의 경지에 이른 타인으로부터의 말이 나를 살린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힘든 감정이 들 때면 그저 일에 뛰어들어 누군가를 만나 대화하거나, 그들의 작품, 자기계발서를 읽는 것을 통해 내 마음의 아픔을 치유하는 게 다였다. 혹은 친구나 연인, 가족들에게 아픔을 털어놓고 인터뷰처럼, 그들이 내가 원하는 답변을 내어주길 유도할 뿐이었다. (답정너-)

하지만 나는 제일 중요한 대화를 빼먹고 있었다. 그것은 내 마음과의 대화였다. 오래 혼자 살며 사람들이 인생에 한 번 겪기도 힘든 일들을 지난 몇년간 많이 겪었다. 나는 그동안 단 한번도 내 자신을 돌아보거나 물어보지 못했다.

"방금 이런 일이 너에게 벌어졌는데 괜찮아? 어디 다친 곳은 없어? 힘들면 잠시 쉬어가고 싶지 않아?"라고. 나는 그럴때마다 "그럴 시간이 어딨어. 괜찮은 척 하고 넘어가"라고 답했다.




누구에게나 불행은 평등히, 예고없이 찾아온다. 모든 인간은 언제든지 피해자의 입장에 설 수도 있고, 억울한 사람을 보호하는 법이 없듯, 억울한 사람들을 달래줄만한 탁월한 위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그 불행이 벌어진 순간, 사람은 의도했건 그러지 않았건 선택의 기로에 선다. 주저 앉아버릴지, 아니면 일어설 것인지. 시련은 그 혹독한 질문만 던져놓고 개인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러기에 그 불행으로 인한 상심에 빠졌을 때가, 그 누구도 주변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가 오히려 바로, 내 마음을 마주할 수 있는 찬스다. 오히려 결정은 쉽다. 방금 말했듯, 주저 앉느냐 무엇을 하느냐. 선택지가 마땅히 많지 않기 때문이다.


제대로 일어서기 위해서는 누구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결국 내 자신을 일으킬 수 있는 건 내 자신밖에 없다. 그러기에 누군가를 붙잡고 힘듦을 토로해봤자 나아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내 자신이 일어날 생각이 없다면.

최근의 나는 와장창 무너졌다. 처음엔 내 눈 앞의 문제 때문인 줄 알았지만 그 기저에는 다양한 불안이 있었다. 나는 그동안 사느라 바빠, 불안을 덜어내기 위해 나 자신을 돌아볼 생각을 하지 못했고 어느샌가부터 나의 라이프스타일이 괜찮은 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그저 내 무기력함에 갇혀있었을 뿐이었다.

과정이 어찌되었건, 누군가를 통해, 무언가를 통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해준다고 믿어선 안된다. 모든 건 본인의 의지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추후 강해진 내가 소중히하는 누군가들의 마음을 조금 더 들어줄 수 있는, 이해해줄 수 있는 아량이 생기며 나 자신에 대한 갇힌 생각에서 조금씩 더 벗어날 수 있다. 그 첫 걸음이 나와의 대화인 것이다.

그 후엔 마음만 먹으면, 내 몸이 어디에 있든 언제든 자유로워질 수 있고, 어디로든 떠날 수 있다. 내 영역을 지키고 꿋꿋이 서서 앞으로의 많은 좋은 날들을 기대할 수 있다.


어떤 시련이 일어나든, 시련은 여기에 있다. 그리고 내 자신은 여기에 남아있다. 내 자신에 대한 책임이 있는 만큼 이 시련에 대한 책임도 있다. 이겨내야 한다. 그 누구도 아닌, 내 자신을 위해 단단해져야만 한다.


여기까지가 내가 명상으로 얻은 지금까지의 성과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앞으로도 조금씩, 이렇게 내 마음에 대한 성의를 찾아나아가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명상은 참으로 좋은 수단이자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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