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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은 Jean May 21. 2021

휴가에 쉬어도 된다는 것을 몰랐다

휴가 중 편집장에게 온 문자

휴가에 쉬어. 일 하지 마.

온라인 매체 기자가 되고 나서 이런 말을 들은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애초에 휴가를 내본 적도 없었고 어딜 가도 항상 노트북과 한 몸처럼 붙어 다녔던 나였기에 잠시 편집장의 카톡을 받고도 멍하니 쳐다봤다.


이전의 나는 그저 피곤해서, 잠을 자고 싶다는 이유만으로도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었다. 내일 아침까지 데스크에 올라가야 할  글에 새벽까지 목매며 매일을 보냈고 휴가는커녕 병원이나 우체국을 가는 반차조차도 꿈꾸지 못했다.

그래서 조금은 안정적인 매체에 들어온 지금, 어제오늘 휴가를 처음으로 내보고도 쉬는 방법을 몰라서 조금씩 글을 썼더니 편집장이 그걸 알아차리고 연락을 주신 것이었다.



이제 와서야 깨달은 거지만 버티는 시간은, 그냥 버티는 것일 뿐이다. 그 후에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만한 보상이 따라오는 것도 아니고 그 열매가 언제 맺힐 거라는 기약도 없다.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기 위해서, 혹은 창대한 업적을 세우게 될 것이라는 희망으로 그 시간을 버티는 건 의미가 없다.

나쁜 시간은 그저 나시간이다. 그 이유는 자신의 모습 안에서도 찾을 수 있다. 나의 경우, 몸과 마음에 해로운 시간을 지나온 결과 "이게 당연한 것 아냐?"라는 가치에 엎드려 감사해하는 30대가 됐을 뿐이다. 그리고 이건 정상이 아니다.

소소한 것에 행복해하는 것과 기본적인 것에 대해 행복해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의미다. 나는 가끔 일 밖의 일에서도 소소한 행복이 존재한다는 것을 직접 보고 느끼고 싶지 일 안의 것들에서 권리를 침해당하지 않는 것에 감사해하고 싶진 않다. 갑자기 보통의 휴가를 지내다가 든 생각을 여기에 글로 옮기게 된 이유도 같을 것이다. 이젠 더 이상 눈치 보지 않고, 조금은 더 행복하려는 태도에 당당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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