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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하게 Apr 03. 2023

당신은 어떤 성향입니까

내게 맞는 일은 분명히 있어

꿈.


불쑥불쑥 올라오는 다른 삶에 대한 열망.


5년 후, 10년 후, 15년 후의 내 삶이 눈 앞에 뻔하게 그려지는 것.


불안과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내게 좋은 것을 용기 내어 선택한다는 것에는 큰 의미가 있다. 우리는 정말 많은 소음과 참견들 속에서 살고 있다. 타인이 하는 말들은 은연중에 우리에게 '이렇게 사는 게 정답이지'라는 식의 방향을 제시하고는 한다. 퇴사를 한다고 했을 때 '이제까지 쌓아온 게 아깝지 않아?'라고 묻는다면, 아깝기야 하겠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던대로 계속 살고싶은가에 대한 질문에는 단호하게 '아니오'라고 대답할 수 있었다. 어떻게 똑같은 일을 계속 하면서 인생이 달라지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단순한 질문에 단순한 답이 나온다.


심리상담을 받으며 모호했던 내 두려움과 방향성이 더 명확해지는 것을 느꼈다.


성향에 맞지 않는 일을 그만두는 것을 약하다고 볼 수는 없어요.


심지어 지금 전혀 다른 분야로 진로를 바꾸는 게 늦지도 않았고, 이상하지도 않다고. 그 말이 정말 큰 위안이자 안심이 되었다. 나는 또, 큰일나는 줄 알았지 뭐야.




| 진로를 바꾸는 건 케잌을 고르는 것과 같아


자신에 대해 꾸준히 탐색하고 알아가는 과정은 그래서 매우 중요한 것 같다. 인생의 방향을 계속해서 수정해나가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 아닌가. 자신이 역동적인 현장에 어울리는 사람인지, 오피스에서 전략을 세우고 관리를 하는 것이 어울리는 사람인지는 직접 경험해봐야만 알 수 있다. 다른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만나서 교류하는 게 편한지, 혼자서 조용히 컴퓨터로 작업하는 게 편한지 등등. 남들이 하는 말이 기준점이 될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나의 성향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이 바로 시작점이다. 그저 자신이 가진 기질로 인생을 맛있게 요리해나가면 되는 것이다. 진정해라, 조금 돌아가도 괜찮다.



친구가 그런 말을 해줬다. 너는 지금 여러가지 케이크를 맛보는 중이라고. 지금 입에 물고있는 케이크는 똥맛 케이크인데, 너가 아는 케이크는 이것 밖에 없으니까 이걸 내려놓기가 무서운 거라고.

"세상의 모든 케이크를 다 먹어볼 필요는 없어, 그럴 필요도 없고. 다만 그 중에 딱 5개만 먹어보는거야. 5개. 먹다가 '음, 이건 너무 느끼한데?' 그러면 느끼하지 않은 케이크는 뭐가 있는지 검색해보고 그 중에 또 하나를 시도해보면 되는거야. '이 맛은 괜찮은데?'하면 그 맛이 나는 케이크를 또 알아보면 되는거고. 그런 식으로 너에게 맛있는 케이크를 찾다보면 이제는 다른 케이크가 보여도 별로 먹어보고 싶지 않은 순간이 올거야. 그 때가, 너에게 맞는 케이크를 찾은 순간인거지."


나는 이 케이크 얘기를 참 좋아한다.




| 내 기질 파악하기


동기부여 연설가 토니 로빈스는 인간에게 크게 6가지 욕구가 있다고 말한다. 매슬로우의 욕구 단계보다 나는 이게 더 강력하게 와닿았다. 그 6가지는 다음과 같다. ①확실함과 안정의 욕구, ②불확실성과 다양성의 욕구, ③중요한 사람이 되려는 욕구, ④사랑에 대한 욕구, ⑤성장에 대한 욕구, ⑥기여에 대한 욕구. 이 6가지 중 자신이 가장 중요하게 추구하는 2가지에 따라 인생이 흘러가고 있다고 한다. 이제까지 나는 확실함과 안정에 대한 욕구가 꽤나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소음을 차단하고 온전히 내 생각에 귀를 기울이자, 나에게  정말 중요한 가치는 매우 명백해졌다. 성장과 다양성에 대한 욕구였다. 가족 구성원 모두 '확실함과 안정의 욕구'가 매우 강한 기질을 갖고 있었던지라, 나도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가족들과 대화를 할 때마다 어딘가 모르게 불편하고 갑갑한 기분이 들어 언제부턴가 내가 조금씩 대화를 피하거나, 화를 내는 경우가 많아졌던 기억이 난다. 그게 어디서부터 오는 감정인지 그때는 몰랐었는데, 이제는 명확해졌다.



나의 기질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지표로, 함께 대화를 할 때 마음이 편안해지는 사람들을 떠올려보자. 상대방이 갖고 있는 가치관, 살아온 방식이 내가 지향하는 것과 같다면 자신도 마음 속으로 그런 인생을 원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보는 것은 결국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찾기 위한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된다. 같은 회사, 같은 동료들과는 어쩔 수 없이 회사 얘기가 대화의 주를 이룰 수 밖에 없다. 요즘 나한테 생긴 습관 중 하나가 그냥 가게든 모임이든 사람한테 말을 걸고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워낙 소심하고 낯을 가리는 성격이었던지라, 낯선 사람과 랜덤하게 대화를 시작하는 상황이 아직은 너무 재밌고 신난다.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모르고, 또 거기서 내가 느끼게 되는 점도 참 방대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 선택? 당연히 후회가 들 수 있다. 어떤 길을 선택하든 그렇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잘못 선택했나?'하면서 주저앉지 말고, 앞만 보고 가기를. 내 선택을 존중하고, 중심을 잡으며 다시 인생을 개척해나가면 된다. 뒤를 돌아보지 말라고, 넘어져도 앞으로 넘어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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