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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하게 Jun 24. 2023

<블랙미러 시즌6> 인생이라는 감옥에 갇힌 기분이 들때

존은 끔찍해

| 블랙미러 시즌6 릴리즈


기다리고 기다리던 블랙미러 시즌 6이 오픈했다. 한 에피소드 당 1시간 가량의 길이를 자랑하기에, 흡사 영화와도 같은 퀄리티 높은 이야기들이 기대된다. 많은 에피소드가 디스토피아적이고, 가끔은 공포도 섞여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첫 에피소드를 재생했는데, 생각보다는 엽기와 코미디가 살짝 섞여있어서 재미있게 봤다. 그리고 아주 깊은 주제까지도 잘 녹아들어 있다.






| 에피소드#1 <존은 끔찍해> 줄거리


첫 번째 에피소드인 <존은 끔찍해>는 한 여성의 인생을 그대로 콘텐츠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콘텐츠 회사를 소재로 한다. 여기에는 이용약관을 읽어보지도 않고 ‘수락’을 누른 소비자들과, 계약서의 내용을 다 알지도 못하고 자신의 이미지를 대여해준 스타 배우가 피해자로 등장한다. 딥 페이크 기술을 통해 해당 스타가 진짜 연기하는 것처럼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데 (그것도 매우 빠르게), 이건 이미 실현되고 있는 기술이기도 하기에 소름이 돋는다.



존은 한 대기업의 중간 관리자 위치에 있는 여성이다. 약혼자가 있으며, 겉으로 보기에 번지르르해 보이는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과거 연인에 대한 미련이 아직 남아있으며, 매일 회사에서 마주하는 업무는 고통스럽고, 인생이 그녀의 말마따나 ‘자동 주행 모드‘인 것처럼 흘러간다. 그녀는 상담사에게, 약혼자와의 관계는 자신이 적극적으로 선택한 관계가 아니라고 말한다. 자신이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 아닌 것 같은 느낌.



그러던 와중, 스트림베리라는 넷플릭스와 같은 서비스에서 ‘존은 끔찍해’라는 드라마를 발견하고 그냥 틀어봤는데, 자신의 하루를 그대로 (조금 더 극적으로) 담고 있었다. 부하직원을 해고하는 장면부터 약혼자를 두고 전 남친과 바람피는 장면까지 말이다. 이 때문에 그녀는 약혼자와 헤어지고, 직장도 명예도 잃게 된다.



그녀는 스트림베리의 횡포를 멈추기 위해, 명예 훼손에 가까운 더러운(?) 행동을 하며 드라마 속 배우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한다. 이 덕분에 해당 배우와 함께 손을 잡고 스트림베리의 시스템을 무너뜨리자는 계획을 세우게 된다.


  

존이 마침내 시스템을 파괴하고,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을 때, 존은 예전처럼 거대한 기업은 아니지만 자신이 항상 하고싶어 하던 업종의 사장으로 일하고 있고, 새로운 사람도 만나 조심스럽게 데이트를 시작한다. 처음 상담 때와는 다르게 훨씬 자유로운 그녀의 모습을 비추며 에피소드는 막을 내린다.




| 스스로가 만든 감옥에 갇혀 살아가는 사람들


마음 속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 있어도 그대로 행동하지 못하는 이유에는 다양한 외부요인도 있을 것이다. 부양해야 할 가족, 갚아야할 빚, 사람마다 사연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많은 선택들은 온전히 자신이 만든 감옥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특히 인생을 결정하는 중대한 선택에 있어서도 우리는 남들의 눈치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유발 하라리는 책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서 기술에 지배된 인간들에 대하여 언급한다. 요즘 기술 발전에 비추어 보았을 때, 이미 미래의 이야기는 아닌 듯 하다. 빠르게 변하는 기술과 사회 속에서 알고리즘과 AI는 우리보다 훨씬 더 깊고 빠르게 우리를 파악하고 있다. 우리의 취향, 심리상태, 신체 상태 등등 모든 방면에 있어서 우리의 기호를 먼저 알고 그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작년 경, 한 국내 보험사에서는 애플워치를 거의 무상으로 주는 것과 동등한 할인 포인트를 제공하는 대가로, 이용자들의 모든 생체 정보(운동량, 심박수 등)를 양도할 것을 요구했고, 이에 동의한 사람들은 너무나도 많다. 이런 데이터들이 쌓여, 기업들은 소비자의 모든 것을 예측하고 조작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기업들은 이런 기술의 긍정적인 면만을 강조하지만, <블랙미러>나 각종 도서들은 기술 발전의 부정적인 측면, 한번 쯤 생각해봐야 할만한 이슈들을 제기한다.



유발 하라리는 책에서, 이러한 기술의 발전에 지배되지 않기 위해서는 그보다 한 발 더 앞서서 자신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내가 누구인지, 내가 인생에서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은 나만이 답할 수 있다. 온갖 알고리즘과 콘텐츠와 남들이 하는 말들에 휩쓸려 ‘그 말이 맞나보다’ 하면서 끌려다니다 보면, 내면의 목소리는 점점 더 깊은 곳에 갇히게 된다.




| 남들의 목소리를 듣기 전에 내 목소리 먼저


직장 동료, 같은 학교 동창 등 비슷한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 속에서만 지내다보면 자신의 가치를 생각해보기도 전에 집단의 가치를 따르게 되기 쉽다. 가끔은 그 선택들이 자신이 추구하는 것에 위배되기도 한다.



과거였다면 어른들의 말을 듣는 것이 삶을 더 효율적이고 좋은 방향으로 꾸려가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사회는 느리게 변화했고, 대체로 오래된 가치들이 잘 적용되던 시대였으니. 하지만 지금 2050년이 어떤 모습일지 묻는다면 명확히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제는 현재의 교육으로 우리 아이들을 미래에 완벽하게 대비시킬 수도 없을 뿐더러, 성인이 된 우리들 조차도 10년 후면 다시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바뀐 세상에 적응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탄력성을 기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되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이렇게 격변하는 세상 속, 수많은 정보와 변화가 넘쳐나는 세상 속에서 결국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알고리즘은 점점 더 발전되어 우리의 사고와 행동을 조종하려 들 것이다. 작게는 지금 쇼핑카트에 있는 물건을 사게 만드는 할인 쿠폰들을 발급하는 것부터, 크게는 이민이나 결혼같은 중대한 문제들에 대한 조언까지 송출해가면서 말이다.


집단에 소속되기 위해 스스로를  속이고 내적 분열을 감추는 행동은 조용히 사람을 갉아먹는다. 단기적으로, 또 장기적으로 자존감을 해칠 뿐 아니라 건강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집단 착각>, 토드 로즈 p.116


블랙미러 속 존은, 자신의 사생활이 완전히 전 세계에 까발려진 기분에 수치스럽고 당황스럽고 공포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그 드라마는 만족스럽지 못하던 자신의 현 상황을 완전히 파괴시키기에 이르렀고, 그녀가 진정으로 원하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빈 땅을 내어주었다.



사방이 막혀있고, 자기 인생에 대한 선택권 마저 잃어버린 것 같을 때는, 손에 쥐고있는 것을 놓았을 때 비로소 새로운 것이 보이게 되는 것도 있음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꾸준한 자기와의 대화를 통해, 기술과 기업에 휘둘리지 않은 온전한 자신의 목소리를 찾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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