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그림 다시 그리기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잠적한 지 4주가 다 되어가는 시점... 더 미루다 가는 복기하기 더 힘들어질 것 같아 다시 글을 쓴다. 지난 몇 주간 회사일이 정말 너무 바빴고, 그 와중에 비효율적인 업무 지시로 업무량은 두 곱절, 세 곱절로 늘어나는 마당에 도저히 글을 쓸 마음의 여유도, 물리적 틈도 없었다. 회사 내 간부들을 평소 아니꼽게 보던 나의 시선은 회사에 대한 미움으로 번졌고, 심리적 스트레스로 업무 효율은 더 떨어지고 신체적으로 아프기까지 했으니....
그 모든 폭풍이 지나간 지금, 다시 안온한 일상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고 회사 밖의 미래를 좀 더 적극적으로 만들어가야겠다는 생각에 브런치북을 다시 열게 되었다.
그간 회사에 대한 치미는 분노로 아무것도 못한 것은 아니다. 두세 달 전쯤 한겨레 문화센터의 '외서 기획 및 저작권 수출입'강의를 신청하였는데, 9월 말에 개강을 하였다. 첫 주의 OT강의를 포함하여 벌써 2주 차 강의까지 들었다. 사실 거창한 계획 없이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강의를 신청하였는데, 기대보다 매우 괜찮은 수업이라 적잖게 놀라고 있다.
앞서 말했듯 너무나도 바쁜 일정으로 인해 아직까지 강의 내용을 제대로 정리하지는 못했지만, 저작권의 개념과 그에 따른 계약(서), 저작권 에이전시의 역할과 저자 및 번역가와의 관계, 외서를 탐색하는 기본적인 채널 등 현업자를 통하지 않으면 듣기 힘든 정보들을 많이 얻을 수 있다.
무엇보다 본 브런치북의 제목인 '번역하는 출판사 사장'이라는 꿈이 얼마나 원대하고 많은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 역할인지 조금은 더 이해하게 되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책 한 권 찾아 번역해서 전자책으로 내면 되는 거 아니겠어?' 하던 호기로운 생각만으로 덤빌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달까. 아무래도 '저작권'을 다뤄본 적도 없는 내가 '수출입'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 일이니 당연한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번역하는 출판사 사장'이라는 꿈을 접을 생각은 없다. 단순히 '번역 실력'만 갈고닦는다고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으니, 부족한 지식을 채우고 실력을 키워가야지. 다만 내가 예상한 것보다 성과를 보기 위해 좀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 같기는 하다.
부족한 역량을 키우기 위해 10월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독서) 여러 책을 읽고 필사하고 번역 연습을 매일 30분 한다.
번역할 글감이나 외서를 발굴할 목적으로 책을 읽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1) 다양한 톤의 서술 방식을 접하고 (2) 번역 연습을 위한 목적이다. 때문에 필사 및 번역 연습의 원문 또만 한국어와 영어를 격주로 번갈아가며 해 볼 생각이다.
물론 하루엔 고작 30분 만으로 일주일 만에 한 권을 전부 다 번역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만 지금까지 인하우스로 일하면서 워낙 산업 번역에만 익숙해져 있기에, 문학번역에 좀 더 노출되고 익숙해지자는 취지이다. 원서는 아마존의 미리 보기를 이용할 생각이고, 크레마 클럽을 통해 해당 도서의 한국본을 볼 수 있다면 번역 연습에 비용은 따로 지출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글쓰기) 매일 30분 글쓰기로 브런치 글 연재 또는 브런치글 번역하기
하루에 30분씩 글을 쓰면 수요일, 늦어도 목요일에는 글을 한 편 올릴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번역가에겐 언제나 원문이 주어질 터인데, '글쓰기' 자체가 중요하겠느냐 물을 수도 있다. 뭐, 솔직히 이에 딱히 반박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는 없다. 다만 (1) 활자를 다루는 작업 자체를 꾸준히 하기 위해서 (2) 원문이 주어지지 않는 글쓰기(영어든 한국어든)는 언제나 발생하기 때문에라는 이유로 연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역시 하루 30분으로 시간을 정한 이유는 크게 부담이 되진 않지만, 매일 하면 한 편의 글이라는 가시적인 결과물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매일 글을 써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어떤 어려움이 있을지 가늠이 안되긴 한다. 점점 다뤄볼 만한 글감이 고갈될까? 아니면 하루 30분이라는 시간조차 미루고 미루다 안 쓰고야 마는 날이 생기려나?
(강의) 한겨레 문화센터 강의 수강/정리 성실하게 하기
앞서 이야기 한 한겨레 문화센터의 강의는 주 1회 10월 동안 진행된다. 퇴근 후 7시 30분부터 두 시간가량 진행되는 강의인데, 수업을 마친 후 수강생들의 질문이 이어지다 보니, 강의실을 나오는 시간은 거의 10시쯤이다. 회사 업무와 투자 공부를 병행하고 있는 지금, 내 일을 시작하기 위해 혼자 계획을 세우고 실행한다는 게 쉽지는 않다. 그래도 항상 만족스러운 강의 덕분에 집에 돌아오는 길에 뿌듯함은 상당하다.
다만 아쉬운 점은 너무나도 좋은 강의 내용을 잘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ㅠㅜ 그래도 AI기반 녹음 어플을 이용해서 강의 내용을 녹음해 두긴 했는데, 영 정리하는 일은 차일피일 미루고만 있다. 좋은 강의를 그냥 흘려보내지 않기 위해 10월 내에 꼭 정리할 필요가 있다.
(영어) EBS 영어 프로그램 평일 매일 1시간
아침 6시에 일어나 "이지라이팅-귀트영-입트영" 이렇게 방송을 쭈욱 이어 듣다 보면 어느덧 7 시기된다. 방송이 재미없으면 매일 아침 방송을 챙겨 듣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그래도 취향에 맞아 꾸준히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지난달에는 침대 옆에 책을 가져다 두고 일어나자마자 침대에서 책을 폈는데, 방송이 끝나면 자꾸 잠들어버려서 이번달에는 아예 책상에 앉아 듣고 있다. 침대에서 책상까지 가는 게 심리적으로는 힘들긴 하다. 하지만 책상에 앉기 위해 걷는 그 몇 발자국만으로도 '일어났다'는 의식이 확실해지니, 아주 피곤한 날이 아니면 다시 침대를 찾는 일이 없어 좋다.
우선은 올해 말까지 EBS 방송으로 영어 인풋 루틴을 정착하는 게 목표다. 아직은 복습 루틴까지는 엄두도 못 내고 있지만, 올해 말까지 다양한 복습 방법을 시도하면서 나에게 맞는 복습 시스템까지 만들어 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