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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의 mothering-5(끝)

by 서혜진 Jean Seo

그 “사춘기”의 불씨를 키운 것은 여지없이 “학업”성취와 관련한 엄마와의 갈등이었다. 결과를 엄마에게 보여줄 수 없었던 그 아들은 학교시험이든 학원에서 보는 시험이든 모든 시험에서 30~50점을 받아왔다. 조금 자신 있는 과목에서는 그래도 70~80점을 받았다. 이 엄마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점수였다. (하지만, 내가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눠본 이 아이에게 느낀 것은 이것은 아이의 실력이 아니었다고 보였다. 더 좋은 실력이 있는 아이였지만, 그냥 시험지에 자신의 실력을 드러내지 않은 것으로 여겨졌다. 사실, 아이의 사교육 선생님들도 모두 납득이 안 가는 점수였다고 들 얘기했다고 했다. 더 우수한 아이 었다.) 이때부터였다고 했다. 아파서 시험을 볼 수 없겠다며, ‘단골’로 지각과 결석을 시작했다. “기다리면 나아지려니 했는데.. 언제까지일지 제가 우울증이 올 것 같았어요.... 이제는 아무 일만 안 생기면 좋겠어요” 아이가 요즘엔 제시간에 일어나서 학교 갈 생각도 안 한다고 했다. 학교가라는 ‘부탁’과 ‘협박, ‘회유’의 반복이었다고도 말했다.




한편, 아이는 엄마와의 이 전쟁 속에서 새로운 사랑을 찾았다. ‘여자친구’였다. “처음에는 자기가 모아 둔 돈으로 나가서 쓰더라고요.... 돈이 다 덜어졌는지 이제는 제 카드로 돈을 쓰더니, 저랑 싸우고 나서 제가 카드나, 용돈을 다 끊었더니… 요즘엔 ‘당근’에 물건을 팔아요. 그걸로 여자친구 선물 사주고,..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어요.. 제가 사준 한 번도 입지도 않았던 옷을 팔지를 않나, '애플워치'까지.. '당근'에서 물건을 팔아서 쓰더라고요..” 엄마의 반응이 너무도 이해가 갔다. “당근으로 물건 파는 걸 알게 된 건 아이의 카카오톡이 아이방 컴퓨터랑 연동되어 있어서 알게 되었어요. 차마 아무 말도 못 했던 건 내가 알고 있다는 걸 아이가 알게 되면 그마저도 카카오톡 앱도 지워버릴까 봐 말도 못 하고 그냥 얘가 뭘 팔고 있나 만 보고 있어요” 소위, 요즘 십 대 아이들 사이에서 불려지는 여자친구의 ‘지갑’이 되어버린 아들이었다.




시간이 약이던가? 아니면, 그도 유명한 "사춘기”가 지나서였던가? 아니면, ‘공부’ 얘기를 안 하면서부터 이던가? 그것이 뭐라 이유를 찾기도 무색한 여러 날이 흘렀다 (원래 남의 집 아들 시간은 빠르게 지나가는 법이다.) 몇 년 만에 만난 엄마는 왠지 편안해 보였다. 그렇게 지켜만 보면서, 오롯이 2년을 기다린 후, 다시 ‘평화’(?)는 찾아왔다고 했다. 이제 아들은 아주 ‘편안한’ 고등학생이 되었다고. 집에서 더 이상 동생들을 때리지도 않고, ‘벽장’에 숨는 일도 없고, 엄마랑 단 둘이서 ‘초밥’를 먹으러 간다고 한다. 요즘 같으면 그래도 ‘살 것 같다’고 했다. 더 이상 ‘당근’에 물건을 팔지도 않는다고 했다. 다시 부유한(?) 여느 집 아들과 엄마처럼 그렇게 잘 지내는 듯 보였다. 주말에는 악기를 배우러 다닌다고도 한다. 바뀐 것은 우리나라 여느 고등학생들처럼 ‘시험기간’에 바쁘지 않을 뿐이란다. ‘그냥 시험 보는 것 같아요. 공부를 하긴 하겠지만, 그냥 내버려 두라고 해서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죠”란다. 도통 공부도 안 할 것처럼 벽장에 숨던 아들이 ‘학원을 가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물론, 이미 공부를 해서 성적을 내기에는 좀 늦어 보였지만, 그래도 엄마는 다시 한번 공부에 애를 써보려는 듯 보였다.) “애가 정신 차리면, 재수라도 하지 않을까요?”라며… “하겠다고 하면 언제든 밀어줘야죠”란다.


(감사합니다)


사진: Unsplash의 Brandi Red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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