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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혜진 Jean Seo Oct 21. 2023

‘한국 엄마’와 ‘사교육’에 대한 연구

한국사회에서의 '기혼 여성들의 삶'과 '교육'과 관련한 문제들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것이 '마더링'(mothering:엄마 노릇)이 아닐까 항상 생각해 왔다. 이 시대를 사는 현재의 한국인 여성들, 그중에서도 자녀의 교육과 가족 돌봄을 주요 '업'(業)으로 삼고 있는 '전업주부'인 여성들의 삶을 '교육'이라는 영역을 통해 살펴보고자 했다. 그들이 다음세대의 교육적 성취를 위해 헌신과 노력하면서, 가정과 사회에서 스스로의 존엄성과 기쁨의 가치를 어떻게 완전히 느낄 수 있을까? 와 관련한 논점들을 생각해 보는 것이 출발점이었다. 다른 무엇보다 연구자로서 내가 찾아야 할 과제는 한국사회에서 여성들이 ‘엄마’로서의 자녀양육과 관련해 어쩔 수 없이 가지게 되는 '취약성'에 대해 좀 더 용감해지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 이를 위해서, 교육과 관련하여 경쟁이 치열한 한국 사회에서, 엄마들이 자녀의 교육과 관련해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먼저 살펴보았다. 엄마인 여성이 무엇을 중점으로 생각하며, 결정하며, 오늘을 살고 있는지를 ‘자녀 교육’이라는 면에서 들여다보려는 시도였다.

 




"취향"이라 함은 ‘아비투스’ (Habitus)를 의미한다는 것을 이미 다룬 적이 있다. 사람들이 세상을 인식하고 어떠한 결정을 내리며 다양한 사회적 행동을 수행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것을 ‘Habitus’(아비투스)라고 한다. 아비투스 ([프랑스어] habitus)는 ‘제2의 본성’과 같은 것으로, 친숙한 사회 집단의 습성 따위를 뜻하는 말로, 프랑스의 사회학자 부르디외(Bourdieu)가 규정한 용어이다. 'Habitus’는 일반적으로 개인이 사회화와 삶의 경험을 통해 습득하는 뿌리 깊은 습관, 기술, 성향을 말한다. 나는 이 모든 개념을 포괄하여 ‘취향’이라 부른다. 한국 사회에서 엄마가 ‘여성’으로서, ‘전업주부의 mothering’(워킹맘과 대조한 개념으로 주부를 직업적 분류에서 직업으로 본 개념이다)으로서, ‘고학력자의 mothering’, ‘도시거주맘’ (우리나라의 동네이름을 딴 ‘OO맘’은 대표적인 mothering스타일과 ‘취향’의 동일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많이 사용된다), ‘시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엄마의 mothering’, ‘친정부모와 함께 사는 엄마의 mothering’, ‘홀로 아이를 양육하는 엄마의 mothering’ 등등 너무나 다양한 영역이 중첩되어 mothering의 ‘취향’(Habitus-아비투스)를 결정한다. 요즘 새로이 등장하여 대부분의 영역에서 ‘점성술’처럼 공인(?)되어가는 것이 ‘MBTI별 mothering’도 빠질 수 없다. 이러한 다양한 삶의 현장에서의 엄마들 각자 나름의 mothering에는 공통분모인 ‘취향’(Habitus-아비투스)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려는 노력으로 연구했다. 

 





도시거주의 중산층 전업주부들의 공통분모로서 마더링(mothering)에서의 ‘취향’(Habitus-아비투스)는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십 대 자녀의 대학입시를 위한 ‘사교육’의 활용과 엄마들의 ‘인텐시브 마더링’(Intensive mothering)이었다. (연구를 위한 중산층의 기준은, 무엇보다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칭하고, ‘대도시’(수도권)에 거주하는 ‘대졸’ 이상의 ‘자가’ 거주 중인 가족 구성원인 ‘전업주부’를 기준으로 했다). ‘인텐시브 마더링’(Intensive mothering)이라는 용어는 사회학자 샤론 헤이즈가 1996년 "The Cultural Contradictions of Motherhood"라는 책에서 처음으로 명명했다. 이 책에서 Hays는 ‘모성애’에 관한 사회적 기대와 문화적 규범과 그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떻게 진화했는지 탐구했다. 그녀는 ‘인텐시브 마더링’(Intensive mothering)이라는 개념을 사용해, 자녀양육과 교육에서, 자녀의 필요와 발달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에 강력한 초점을 맞춘 ‘모성애의 현대적 이상’(the modern ideal of motherhood)를 묘사했다. 그 이후로, 이 용어는 학문적이고 대중적인 토론에서 자녀에게 최상의 기회를 제공하려는 선량한 의도로 이뤄질 수 있지만, 또한 엄마들에게는 스트레스와 과중한 부담을 일으킬 수 있으며, 자녀들에게는 과도한 압력과 독립성 부족과 같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특정 접근 방식의 '마더링'(mothering)을 설명하기 위해 널리 사용된다. 실제로, 연구를 위해 만난 중산층의 전업주부들은 모두 자녀들의 학습과 관련한 활동과 경험을 밀접하게 모니터링하며, 자녀들의 성적을 유지하고 입시에서의 성공을 보장하기 위해 때로는 과도하게 노력했다. 그리고, 그 부작용으로 자녀와 엄마, 더 나아가 가족 전체가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들은 자녀의 교육과 관련한 날마다의 ‘루틴’(daily routines)을 철저하게 준수하고 있었다. 특별히, 사교육과 관련한 엄격한 일정과 루틴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학교의 등, 하교를 위해 ‘라이드’로부터 시작해서, 자녀의 방과 후 학원으로의 '라이드'까지, 모든 일정을 세밀하게 관리하며 헌신했다. 자녀들의 성적과 입시에의 준비를 자녀에게 최적화하기 위해 엄마 자신의 사적모임에서까지도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녀의 교육을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는 결정에 대해서도 그다지 거부감이 없을 정도로 엄마의 개인적, 직업적 추구를 희생시킬 수 있었다. 그에 상응하게, 자녀의 학업 성과는 당연하고, 사교육에서의 평가, 대학입시에 필요한 학교 밖 활동 및 교내 활동에 대한 높은 기준을 설정했다. 자녀가 모든 측면에서 뛰어날 것으로 기대하며, 기대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에는 높은 감정 투자도 병행하는 모습이었다. 특별히, 대학입시가 일상화된 한국의 교육과정에 맞추어 '아카데믹 마더링'으로서의 엄마의 학습도 병행했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엄마는 엄마 자신의 필요는 당연하고, 다른 가족들의 요구보다 수험생인 자녀의 필요와 욕구를 우선시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자녀의 '최우선화'의 영역은, 식사 메뉴(수험생이 우선 메뉴결정권이 있었다)부터, 휴가 일정, 종교활동의 범위, 친인척 방문, 주말의 가족 행사, 무엇보다 '사교육비'를 위한 가정경제의 지출 등등을 모두 포함했다. 사실, 이 엄마들은 이미 초등학교 입학 이전부터 아이들의 일상생활에 높은 수준의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교육에 관여해 왔었다고 했다. 학교와 사교육 숙제 도와주기는 기본이었다. ‘사교육’과 교육컨설팅을 통한 학습 시스템과 로드맵을 구성했다. 너무나도 지극히 사적인 영역인 자녀들의 친구관계까지 깊이 관여했다. 학교 내에서의 자녀의 교우관계까지 미세하게 관리하는 것을 포함했다고 했다. (이때, 주변 친구 엄마들은 서로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보안관’ 활동을 주고받는다) 물론, ‘공부에 방해되는 분위기를 탈까 봐’라는 우려가 명목적 이유였다. 어릴 적부터 또래아이들의 엄마모임을 함께 ‘그룹핑’하기 시작해서 그 모임 내에서만 정보를 교환하곤 했다. 함께 음악 레슨, 스포츠 활동 및 외국어, 논술 수업 등과 같은 다양한 사교육 및 예체능 활동을 하며 방학이나 절기 별 캠핑도 함께 다녔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같은 동일한 사회 경제적 위치를 가진 엄마들의 모임은 그들만의 mothering의 '취향'(Habitus-아비투스)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같은 목적과 관심사로 ‘마더링’을 공유하는 그들만의 ‘이너써클(Inner circle)’은 이렇게 견고했다. 

 





같은 형태의 대도시의 거주하는 대졸학력의 전업주부라고 해도, 종교적 신념과 관행이 엄마의 가치관과 mothering 스타일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결과도 확인할 수 있었다. 종교가 엄마의 정체성의 다른 측면과 교차하여 mothering에 대한 독특한 경험과 관점을 이끌어 낸 것으로 보였다. 엄마가 종교활동에 열심인 경우, 자녀의 학업적 관여와 집착은 상대적으로 적어지게도 했다. 또한, 전통, 가치관을 포함한 문화적 요소도 mothering의 ‘취향’(Habitus-아비투스)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지역적 특성(연구에서는 특별히, '사교육' 인프라가 잘 구성된 대도시를 기반으로 했다)도 마더링(mothering)의 '취향'(아비투스)의 중요한 결정요소였다. 거주하는 지리적 위치는 교육 및 mothering을 위한 네트워크에 대한 접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지역성의 측면은 엄마의 다른 정체성 요소와 교차하여 mothering의 ‘취향’ (Habitus-아비투스)을 형성했다. 이처럼, 다양한 세부적인 요소가 엄마 본인의 ‘자기 정체성’과 교차하여 mothering의 ‘취향’ 선정과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교육/입시에 너무나 진심인 ‘학벌’ 위주의 한국 교육현장에서 ‘자녀의 교육'을 위한 '마더링'(mothering)이 동시대의 여성들의 삶을 가장 잘 반영할 것이다라는 예상은 적절했다. 한편, Mothering과 교육, 이 두 가지와 관련된 주제에 대해 항상 내리게 되는 결론은 너무나 “복합적”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어느 한 가지 면만을 보고, 어느 한 엄마의 자녀교육과 마더링(mothering)을 어느 한 가지의 속성으로 규정하거나, 평가하거나 비판할 수 없다는 결론으로 수렴되었다. 누군가는 “저 엄마는 왜 저래?”라고 쉽사리 비난하기 쉽다. 누군가의 교육적 선택을 비난하거나 칭송하기 전에 그 이면의 다양한 사정들에 먼저 주목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엄마가 자녀교육을 위해 만들어가는 ‘취향’(경향성, 아비투스)과 관련된 엄마의 정체성과 경험의 이해를 위해서는 “Intersectionality theory” (교차성 이론)이 필요했다. “Intersectionality theory” (교차성 이론)은 사람의 정체성과 사회 경험이 교차하고 상호작용하는 복잡한 방식을 이해하기 위해 개발된 개념이다. 이러한 “교차점이론”적 사고로 마더링(mothering)과 교육문제(특별히, 사교육)에서 보이는 '한국에서 엄마로 살기'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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