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 기말고사 ‘출제오류’ 속출…‘킬러문항’ 내려다 재시험까지 내신 최상위권 변별 의도지만 어렵게 내려다 무리하게 출제”
고등학생 자녀를 둔 엄마로서 이런 기사를 읽고 있으면 답답하고 걱정이 된다. 다른 많은 고등학생들처럼 우리 아이도 내신평가로 인한 엄청난 압박 상황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학교 내신도 이제는 단순 단답형이 아니라 깊은 사고를 요구하는 모의고사형으로 출제되고 있다. 오랜 현장에서의 경험에서 지켜봐 온 예전의 학교 내신문제는 단순히 암기만 하면 되는 난이도로 대다수의 문제가 출제되었었다. '복사기'처럼 내용을 '통암기'하고 학교 기출문제만 풀어도 대략 1등급이 가능했었다. 이제는 평준화지역의 '일반고'라고 해도 불가능하다. 몇 해 전부터 학교 내신만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교과전형'이 수시의 '꽃'이 되었다. 최상위권 대학(SKY와 의학계열)으로의 진학을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이 내신과 '수능'시험이 된 이후로 일반고로 '전략적' 선택을 하는 최상위권의 학생들이 많아졌다. 1등급을 가르는 문제를 출제하기 위해서 일반고에서도 시험범위 외에서 출제하는 것은 이미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1등급은 재적인원의 4%으므로 대략 10명 내외이다). 이도 당연한 것이 조금만 평이하게 시험문제가 출제되면, 100점이 이미 2등급 인원(재적인원의 11%)을 초과해 버린다. 1등급이 없어져버린 이 학교에서는 전교 1등을 해도 최상위 대학의 진학의 꿈이 요원해진다. 그 결과, 학교 선생님들도 '정확도가 높으면서도 난이도 있는 문항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는 말씀을 많이 한다. 그러고 보면, 상위권 학생들을 구별하기 위해 이렇게 도전적인 문제를 출제할 수밖에 없는 선생님들의 의도와 어려움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학교시험 오류는 학생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스트레스를 줄 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 부담을 더하는 재시험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한편, 사교육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이보다 더 많은 종류의 평가과정에서의 문제점을 많이 보게 된다. 실제로 최근 어느 한 학교에서는 학생이 제출한 수행평가자료를 선생님이 분실해서 혼자 별도의 재시험을 봐야 한다며 당혹감과 어처구니없음을 토로한 일도 있었다. 또한, 기말고사 서술형에서 출제된 외부지문에 대한 '요약'문제에서 본인은 주제어가 빠졌다는 이유로 부분 점수도 받지 못했는데, 다른 아이들은 문법적 오류만을 1~2점 감점당했다고 좋아하더라며, 근거와 기준에 대한 명확한 제시도 없이 채점하는 것에 속상해하는 경우도 생각보다 비일비재하다. 아무리 해당 과목에 대한 지식이 있는 부모라고 하더라도 혹여, 과목 선생님이 우리 아이에게 안 좋은 감정이 생기는 계기가 될까 하는 우려에 선생님께 뭐라도 물어보거나, 만점을 받은 아이의 정답과 우리 아이의 정답의 차이를 설명해 달라고 하거나, 기준을 보여달라는 요청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 보니, 내 아이의 내신이 1등급에서 3등급으로만 떨어져도 최상위권의 입시에서는 치명적이기 때문에 엄마들은 이런 한, 두 문제를 위해서 다시 또 사교육에 갈 수밖에 없게 된다. 실수를 안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선생님들의 채점기준을 맞춰서 시험공부(특히, 서술형 문제 대비)를 위한 '자료'를 얻어야 한다. 이런 '자료'싸움이 현재 사교육시장의 '트렌드'가 된 지 이미 오래다. 고등학생이 사교육을 하는 이유는 결국 이러한 예측불가 '내신'에서 1~2등급을 받기 위한 목적인 경우가 더 많다.
교육전문가들은 대학 입시를 포함한 교육 시스템의 목적은 단순히 순위를 매기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성장과 발전을 촉진하는 것임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우리 엄마들도 성공에 대한 협소한 정의만을 측정하고 평가하는 시스템에 만족해서는 안 될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학교내신시험점수 중심의 입시로의 전환은 실제로 엄마들이 더욱 사교육에 매달리게 할 수밖에 없는 결과가 되었다. 실제로 대입에 사용되는 고등학교 3학년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나면, 사교육을 그만두고 우르르 '인강'중심의 수능준비로 돌아선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생각하기에 고3 수험생들이 가장 많이 사교육을 할 것처럼 보이지만, 보통은 이때부터는 '인강'을 끼고 독서실을 다니며 '자기주도학습'을 한다. 이러한 점은 학군지의 고등학교들도 마찬가지이다. (사실, 이런 학교의 학생들은 진작에 학교수업을 등한시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리곤 다시 재수나 삼수를 해서라도 '의대' 진학을 목표로 하는 경우가 더 많다.)
최근 '대학 수능시험'에서 교육부가 '킬러문항'을 없애고 보다 철저한 문항 심사를 위한 지침을 마련한 조치는 좋은 출발점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고등학생들에게 3년 뒤에 있을 수능시험보다 더 큰 걸림돌은 3년간 10번의 과정을 통한 학교 내신평가에서의 킬러문항이나 평가의 모호성이다. 학교시험에서조차 학교에서 배우지 않은 '킬러 질문'을 추가한다면 끊임없는 '비교와 경쟁을 야기시킬것이다'라는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한편에서는 이러한 평가 전략은 학생들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희생시키면서 친구들보다 예외적으로 실수 없이 잘 수행해야 한다는 압력만 가중시킬 뿐이라는 주장을 한다. 내신에서까지 최상위 변별력을 위한 '킬러 질문'을 사용하는 것은 학교에서조차 경쟁을 촉진하는 데 더 초점을 맞추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사실, 엄마들은 이러한 '킬러문항'때문에도 학교별 내신을 대비하는 학원으로 자녀들을 보낼 수밖에 없다.
내신만으로 최상위대학에 입학이 가능하다는 점에 대한 이견도 또한 만만치 않다. 소위, 학군지에 있는 학교나, 특목, 자사고처럼 이미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모여있는 경쟁이 치열한 곳에서의 내신 점수와 상대적으로 등급 따기가 수월한 지방의 일반고등학교의 평가를 동일하게 산술적 점수화하는 평가방식에 대한 불만이다. 맞는 말이다. 정량평가 자체만 보면, 객관적이고 공정해 보이지만 문제 해결 기술 및 높은 수준의 사고와 같은 중요한 역량을 측정하는 데 종종 부족해 보인다는 점도 또한 맞는 말이다. 교과 성적만으로 대학을 갈 수 있다는 점, 또한 개인의 전반적인 발전과 삶의 성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학생의 성격 및 기타 무형의 자질을 포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사실이다. 이는 좋은 교육 시스템은 공정성과 학생의 능력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 사이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과 여기에는 시험 점수 이상의 의미가 포함된다는 점을 강조하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 어쩔 수 없는 현 입시제도하에서 학교에서는 순위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 내신평가를 기본으로 하는 대입수시전형이다. 학생의 능력과 비판적 사고력을 키우는 수업 전략에 더 많은 관심을 갖기를 바라지만, 이 또한 결국 평가의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에 역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기 마련이다. 지나친 스트레스와 경쟁보다 배움에 대한 열정과 행복을 중시하는 교육 환경을 만드는 것은, 내신평가 기관이 되어버린 공교육현장에서는 다소 너무 이상적이게 보이기까지 하다.
우리 사회는 대입과 관련하여, 교육적 타당성에 관한 한 절차의 공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되었다고 여겨지면 어김없이 거센 사회적 저항을 일으켜왔다. 모든 사람이 오로지 자신의 능력과 재능에 따라 경쟁해야 한다는 원칙은 참으로 숭고하다. 평가를 위해 교육적 타당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에 어느 부모라고 동의하지 않을까? 성적과 경쟁을 과도하게 강조하는 현재 교육 시스템이 우리 아이들의 전체적인 성장에 중대한 도전을 제기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현재의 학교내신평가 시스템 설계는 학생들의 기술과 잠재력의 중요한 측면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에도 어쩔 수 없는 아쉬움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 입시는 당연하고, 학교 내신에서까지 우리 엄마들은 공정성과 객관성의 투명한 제시를 원한다. 부모의 영향력이 있을 수 있다는 '학생부종합전형'이 축소와 입학전형에서 '서류', '자소서'등의 정성평가를 위주로 하는 전형이 대폭감소하거나 폐지되었다. 그 결과, 내신을 중점으로 하는 교과전형의 확대는 공교육을 어느 정도 정상화했지만 학생의 학업 성취도, 자기 계발 경험 및 진로 관련 활동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의 감소로 이어졌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엄마들이 결국 사교육으로 달려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억울하지 않으려면' 감점요소를 없애기 위한 공부를 하고, 1등급을 받아야 하니 어쩔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입시에 대해 겪어보지 못한 초, 중등학교 엄마들은 수많은 '선배엄마'들로부터 '전략'을 전수받는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겠다는 궁리를 하기도 전에 발 빠른 사교육은 벌써 '완성형' 서비스를 들이밀며, 엄마들과 아이들의 '전투의지'를 무력화시킨다. 자녀가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고 달성할 수 있는 공정하고 공평한 기회를 갖도록 하는 것은 너무 무리한 요구처럼 보인다. 이러한 현실에 아무리 뚝심 있는 엄마도 어쩔 수없이 사교육에 매달릴 수밖에 없게 된다. 자녀의 교육을 위한 것임에는 분명하지만, 재정적 투자는 반드시 투자의 결과에 대해 평가하게 될 수밖에 없다. 이 투자를 결정한 엄마는 본인의 투자결정에 대한 결과물인 자녀의 성적에 대해 '큰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어진다. 엄마와 자녀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분쟁은 '디폴트'값이다. 자세히 입시에 대해 겪어보지 못한 초, 중등학교 엄마들은 아이와 행복하다. 함께 여가시간을 보내고 아이의 교육적 평가에 '매'를 들 이유도 없다. (믿기지 않겠지만, 요즘도 성적 때문에 아이에게 '매'를 드는 부모가 적지 않다). 나는 우리나라 '중2병'과 '사춘기'의 대부분의 원인은 학교 성적으로 인한 갈등이 '시발점'이라고 믿는다. 아이가 공부를 잘하면 사춘기도 곱게 지나가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결국, 한국 엄마의 '마더링'이 행복하려면 어쩔 수 없이 자녀의 '학교성적'이 잘 나와야 한다. 그를 위해서는 이미 서술한 대로 아이들을 '사교육'에 내몰 수밖에 없다는 귀납적 추론이 가능해진다. 누구도 잘못하는 것이 없어도, 또 누구도 의도치 않았지만,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는 곳이 한국엄마들의 '마더링'과 '교육'의 현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