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이틀 전 세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독일 총선이 막을 내렸습니다. 예상보다도 간발의 차이로 (전통적으로 중도진보층을 대변하는) 사민당과 (중도보수를 대표하는) 기민/기사 연합의 순위가 엇갈렸습니다. 그런데 숫자와 통계로 알 수 없는 내용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누가, 또 왜 이 선거에 나선 것일까요?
지금은 (최소한 독일에서는) 거의 모두가 기후 문제를 말합니다. 하지만 녹색당 사람들이야말로 기후, 환경, 생태라는 주제를 독일의 사회적 의제이자 상식으로 만든 이들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아무도 관심 갖지 않던 가운데 소수당, 아니 소규모의 정치운동으로서의 한계를 거듭 극복하면서 말이지요. 그렇다면, (다시 적지만) 지금 모두가 기후 문제를 말하는 듯한 상황에서 녹색당은 무엇을 해야 하고 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을 놓고 수도 베를린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현 독일 연방 의원 (겔프하 의원)을 직접 만났습니다.
비록 제1당이라는 큰 목표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녹색당은 올해 상당한 기간 동안 정당 지지율 1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독일에서 녹색당이 수권 정당으로서 인식된 것은 역사상 최초의 일입니다. 과거 연정의 소수 파트너로서 정부 내각에 포함된 일은 있으나, 그를 넘어 아예 '녹색당 출신 총리'가 가능하다고 시민들이 떠올리게 된 것 자체가 특별합니다.
한겨레 기고문에서 제가 더 소개하고자 한 것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지금의 녹색당을 서독 녹색당과 특별히 구분해서 다루지 않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녹색당에는 당명에서도 그렇듯 동독의 "90년 동맹" (혹은 동맹90)의 역사가 새겨져 있습니다. 평화적으로 동독 민주화를 주도한 동독의 "90년 동맹"은 자신들의 목숨을 걸고 쟁취한 최초의 자유선거에서는 정작 참패하고 맙니다. 그 이후 2021년이 되기까지 독일 녹색당이 수권 정당이 되기 위해 깨달았던 것은, 아니 버려야 했던 것은 무엇이었는지 겔프하 의원과 한 시간여 대화를 나눴습니다.
원래는 녹색당의 대표적인 친환경 교통전문가이신데, 이 분께도 좀 특별한 인터뷰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녹취를 풀어보니 A4 10장 정도가 나왔을 만큼 긴 대화였습니다. 기후 문제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정치적으로 충분히 대표되지 못하는 한국 사회의 고민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내용도 담긴 전문을 소개할 기회도 있길 바랍니다.
참, 개표 결과 겔프하 의원의 당선이 확정되었습니다. 한겨레 인터뷰 내용도 전달드리며 함께 축하 드리리려고 합니다.
- 바로 이어지는 글에서는 극우정당 독일 대안당(AfD)의 아성에서 이에 맞선 보수의 자존심, 기민당 하인리히 의원과의 대화를 소개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