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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타 Mar 22. 2019

세 아이와 네 멋대로 해라

# 뭐 어때요

  내 속에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이 쉴 곳 없는 엄마 아래서도 아이들은 꿋꿋하게 잘 자라고 있다.

  여느 가정처럼 좋은 날과 흐린 날과 풍파를 겪었고 그 사이 아이 셋이 태어났다. 바라기도 했지만, 풍파와 아이들은 전원주택을 가장한 그냥 주택에서 잔디에 섞인 토끼풀을 뽑으며 살 수 있게 해 주었다.

  

  아파트에 살 때도 산을 좋아하던 첫째는 여기 와서 물을 만났다. 학교 갔다 오면 가방을 던져 놓고 뛰쳐나가기 바쁘다. 그러고는 한참 뒤에 "엄마!"하고 소리치며 들어온다. 손에 어른 엄지만한 애벌레 대 여섯 마리를 올려놓고 기쁨에 겨워한다. 놀랐지만 진정하고 첫째의 기쁨에 동조해주자 얘들을 키우겠다며 채집통에 죄다 넣는다. 채집통 옆을 지날 때마다 나는 흠칫거린다.

  어떤 날은  "엄마!"하고 들어와선 가재를 들고 온다. 흙과 물로 범벅이 된 바지를 부엌까지 끌고 들어와선 역시나 기쁨에 겨워한다. 우리동네 개울이 일급수라며, 일급수라며. 또 어떤 날은 "엄마!"하고 들어와선 밤을 보여준다. 겨울인데, 구워먹잔다. 겉은 멀쩡해도 안은 다 쪼그라든 밤을.

  겨울이 되어 별로 잡을 것이 없는 첫째는 요즘 마당 끝에서 삽질을 하고 있다. 땅을 파고 안에 들어가서 따뜻하다며 좋아한다. 그렇게 첫째는 상거지가 되어가고 있다.


  이 상거지님이 차 문을 열고 보조석에 앉는다. 마트에 가려고 시동을 거는 중이었다. 옷은 흙으로 더렵혀져 있고 신발은 실내화에다가 얼굴까지 꼬질꼬질해서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냥 엄마 혼자 갔다오면 안 될까."

  "왜요?"

  나는 속으로 외쳤다. 창피해. 창피하다고!

  "그래도 마트에 가는데 복장이 좀 그렇잖아."

  "에이, 뭐 어때요."

  열 살밖에 안 된 녀석이 한량이처럼 두 손을 바지주머니에 넣고 다리를 쭉 뻗어 눕다시피 앉았다. 절대 내리지 않겠다는 저 자세. 나는 포기하고 출발한다.

  그래 뭐 어떠냐. 누가 뭐라 한다고. 누가 뭐라 하면 좀 어때. 겨울에 점퍼도 안 입고, 제가 춥지 내가 춥나. 사실 아드님은 좀처럼 추위를 타지 않으시고 언제나 보는 나만 춥다.  

  뭐 어때 라고 했지만 한 손은 핸들을 잡고 한 손은 아드님의 머리를 정리하고 있다.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상관 없는데 나는 여전히 타인의 시선이 두려운 거다.

  겉모습, 세상의 잣대 같은 거 많이 내려놓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보다. 아들 덕에 연습 중이니 아들에게 고맙다고 해야하나. 아이를 깨끗하게 입히고 싶은 건 엄마의 당연한 마음이겠지만.

  

  상거지님은 마트에서도 내 옆에 달라붙어 걷는다. 누가 봐도 내 아들이다. 그러면서 한우 스테이크가 먹고 싶다는 둥, 장어가 생각난다는 둥 고급진 소리만 늘어놓는다.

  이 날 아들은 좌절을 맛보아야 했다.

뭐하나 해서 나왔더니 첫째가 저걸 만들어 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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