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채 누리기도 전에 여름이 도착해 있네요. 여름은 무덥고 그래서 무섭고. 그럼에도 우리는 또 우리가 타고난 빛 그대로를 따라 걸어가겠지. 무너지기도 하면서. 멈추기도 하면서. 또 때때로 날아오르기도 하면서. 그렇니. 그렇게. 다시. [새벽과 음악]중에서
여름 하면 벌레와 더위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벌레를 정말 싫어하는 나는 여름이 반갑지 않은데 좋아하는 사람들과 늦게까지 이야기 나누며 맥주 한 잔 하기 좋은 계절이라 여름을 마냥 미워할 수 없다.
벌레와 더위를 제외하고 여름 하면 청춘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갓 성인이 된 20살 대학교 MT부터 친구들과 여행까지. 모두 여름이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합법적 외박이 가능했던 20대 초반, 나는 여름의 시간을 알차게 썼다. 함께 일한 친구들과 퇴근 후 첫차가 뜰 때까지 술을 마시고 밤엔 낮동안 달궈진 지열이 식었단 핑계로 종이 박스 하나 깔고 앉아 밤새 이야기 나누었다. 친구들과 함께 했던 20대 초반을 지나 결혼 후 캘리그라피를 시작 한 뒤에도 여름의 시간은 여전히 뜨거웠다.
수많은 여름 중 가장 뜨거웠던 시간은 18년도 7월, 서면 은행나무길에서 진행 한 프리마켓이다. 나는 땀이 잘 안나는 체질인데 그해 여름엔 늘 땀범벅이었다. 시원한 커피와 얼음물, 물티슈로 땀을 없애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 당시 마켓을 함께한 친구와 남편은 더위를 매우 잘 탔는데 작품을 팔고 재능을 기부하는 게 즐거워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꼬시고 또 꼬셔서 계속 참여했다. 평일엔 퇴근 후 밤늦게까지 작품을 만들고 주말엔 작은 천막 밑에서 6시간 넘에 야외부스를 진행했다. 온몸이 땀범벅이 되었음에도 그저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