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되고 홀로서기를 시작한 뒤로도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건 여전히 옷차림뿐이었다. 그렇게 좋아하는, 싫어하는 계절도 딱히 없었던 20대 초반을 지내다 지금의 남편을 만나며 마음이 안정되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계절마다 피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봄을 알리는 영춘화부터 여름엔 능소화, 가을엔 코스모스, 겨울엔 동백까지. 이제는 꽃과 풍경으로 계절의 변화를 느낀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모두 매력 있지만 그중 봄을 가장 좋아하는데 (얼마나 좋아하냐면 수강생님이 봄이 지겹다고 할 정도로 모든 문장에 봄, 봄날을 넣고 매일 한 번씩 봄을 쓴다) 메마른 겨울에서 싱그러운 연둣빛으로 물드는 순간은 정말.. 이렇게 예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아름답다, 매섭고 차가운 바람이 어느 순간 포근해지며 촉촉한 흙내음을 풍긴다. 그때 맡은 봄 공기는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다.
봄은 모든 순간이 찬란하고 아름답다. 이제 막 피어나는 연두색도 좋고 봄이 왔음을 알리는 영춘화도 좋다. 봄의 절정을 달리는 벚꽃과 유채까지 즐길 꽃이 가득하니 다른 계절에 비해 유독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게 아닐까, '봄'이란 단어는 설렘 그 자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