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경력 중 절반을 코로나로 보냈기에 함께 일하는 것보단 혼자 일하는 게 익숙하고 편하다.
혼자 일할 땐 나만 잘하면 되니까,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 +,-를 정하며 일했는데 작년부터 다수의 강사님과 일하게 되면서 내가 세운 계획에 변수가 생길까 불안한 마음이 생겼다. (물론 상상한 일은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변수가 생길까 늘 조마조마하다) 100% 완벽해야 한다는 부담감. 메인 강사로서 ‘잘’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나를 짓누른다. 처음엔 그저 잘하고 싶은 마음이라 생각했는데 사소한 업무조차 내 손을 거치고 진행대로 되지 않으면 예민해하는 모습을 보며 깨달았다.
아, 나는 내 일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싶어 하는구나.
처음이라서 잘하고 싶어서 촘촘하게 계획하고 시뮬레이션했던 과정들이 사실, 내가 계획한 상황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함이었다.
통제성을 받아들이기 전 나는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을 때 혹은 100% 해내지 못했을 때 나를 탓하며 한심하게 여겼다.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이, 계획한 일을 다 못했다는 사실이 ‘게으르고 멍청한 사람’으로 느껴져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다) 그렇게 몇 번의 무너짐 끝에 나는 나의 통제성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말해줄 것.
분단위로 적던 스케쥴러엔 오전/오후로 나눠 간략하게 적고 꼭 해야 할 일을 제외하곤 가볍게 생각했다.
그리고 변수로 계획한 업무를 100% 달성하지 못해도 ‘괜찮아, 그럴 수 있어’라며 나에게 말해줄 것.
(인생이란 원래 계획대로 되지 않는 거지! 하며 경쾌하게 말하며 퇴근한다)
나의 상황을 받아들인 지 3개월이 지났다.
여전히 나는 일과 생활을 통제하고 싶어 하고 계획에 어긋나면 힘들어하지만 점차 좋아질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