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 팀원이 되면 생기는 여러 변화가 있겠지만, 나에게 가장 많이 바뀐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사람/인맥/네트워크라고 이야기하겠다.
회사는 철저히 이해관계로 얽힌 이익 집단이다. 내가 임원은 되지 못했지만 보직 팀장 시절 나의 애칭은 킹 메이커였다. 그 이유는 내가 모시는 분들 대부분이 고위 임원이나 임원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모셨던 분이 이 회사 CEO 두 명이나 되셨다. 그리고 아마 차기 CEO 분도 내가 모셨던 분 중 한 분이 되실 듯하다. ^^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만든다는 말이 있다. 내가 이런 자리에 있었을 때는 항상 사람이 많았었다. 그 당시에는 회사 사람들이 나를 좋아한다고 생각했었는데,그건 착각이었다. 나를 좋아한 것이 아니고 내가 앉아 있는 자리(직위)를 좋아했던 것이다.
의자, 자리 (출처 : 기업나라)
그런데 내가 명퇴 거부하고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으면서 팀장 자리에 내려가니, 그 많았던 내 주위 사람들이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이 싹 사라졌다. 회사 안은 물론이고 회사 밖 협력회사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이 회사 출신 OB 선후배와 동료들까지도 연락이 많이 끊어졌다.
부장 팀원 초기 시절 평소 친하게 지냈던 후배 임원이나 팀장들에게 밥 한 번 먹자고 이야기를 종종 했었다. 우리나라에서 밥 한번 먹자는 말은 많은 뜻을 내포한다. 밥 먹자는 말은 너와 나의 관계가 남다르다는 의미이다. 그런데모두들 말로만 먹자고 하고 실제 점심이나 저녁 약속 잡은 사람들은 100명 중에 2~3명 될까 말까 한다.
서로 밥 먹자는 약속을 할 때 나와 그 사람이 어떤 관계인가를 잘 알 수 있는 팁이 있다. 서로 점심 아니면 저녁 한번 먹자고 이야기하면 언제 밥을 먹을지 약속 날짜를 잡는지 여부이다. 만약 내가/상대방이 밥 먹는 날짜를 바로 그 자리에서 정하면 그것은 서로 진심인 관계이다. 거꾸로 날짜 잡지 않으면 서로의 관계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그렇다. 정승 집 개가 죽으면 줄을 서지만, 자리에서 물러난 정승이 죽으면 개 한 마리 오지 않는다는 옛 속담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내가 너무 순진했던 아니 상황 파악을 제대로 못했던 것이었다. 거꾸로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내가 왜 너랑 밥을 먹어? 너랑 밥 먹으면 나에게 뭐가 도움이 되는데?". 아프지만 이게 팩트이고 현실이다. 아마 나라도 그랬을 것 같다.
처음에는 이런 일로 마음이 많이 아팠지만, 매도 일찍 맞을수록 낫다고, 지금은 나에게 몸에 좋은 보약이 되고 있다. 왜냐고? 대부분 이런 상황은 회사 퇴직 후에 겪게 되는데, 현직 때 미리 겪으니 얼마나 좋은가? 퇴사, 퇴직 후 이런 상황을 당했으면 정말 많이 아팠을 것이다. 휴~~~ 미리 매 맞아서 감사합니다.^^
인맥, 네트워크는 동서고금, 동서양, 어떤 일을 하고 조직에 있든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성공과 출세를 바라는 사람들에게 본인의 실력보다 더 중요한 요소로 작용을 하는 경우도 많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인맥과 네트워크 좀 더 속세의 언어로 이야기하면 ‘라인, 줄’이 없으면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인맥과 네트워킹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만들지에 대한 수많은 책과 강의도 많다. 그런데 나는 이런 책이나 강의 하나도 읽을 필요도 들을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인맥, 네트워크는 내가 잘 되고 능력이 있으면 저절로 생기고 강해지는 것이다. 거꾸로 내가 못되고 능력이 없으면 다 사라진다. 아프지만 냉혹한 현실이다.
회사 내에서 늘작가는 명퇴 거부한 보잘것없는 부장 팀원이니, 그 많던 사람들이 다 떠나는 것은 당연하다.
고독, 외로움 (by 늘작가)
어디 회사뿐인가? 친구, 친척, 부모형제도 다 마찬가지이다.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옛말이 있다. 그래 맞다 억울하면 출세하면 된다.
이제 늘작가의 본캐와 부캐 모두 회사 밖이다. 지금 회사 밖 나의 인맥은 어마하게 늘어나고 있다. 늘작가, 늘푸르게, 늘여행, evergreen이라는 SNS 브랜드는 점점 파워를 키우고 있다.
나는 내년 정년퇴직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그날 이후 늘작가, 늘푸르게 브랜드로 보란 듯이 멋지게 나의 제2인생을 시작할 것이다. 막강한 나의 인맥 네트워크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