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퇴직 거부하고 팀장에서 물러나 부장 팀원으로 살아온 지 벌써 1년이지났다. 재작년 연말 전무님과 면담하면서 각오를 단단히 하였지만 그동안 쉽지 않은 길을 걸어왔다.
하지만 내 인생 모토가 늘~긍정적이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자이다. 그래서 나쁜 점이나 불편한 점보다는 좋은 점과 편한 점을 보려고 노력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이런 마음으로 살아서인지, 요즈음 회사 동료들과 지인들은 내 얼굴을 보고 팀장 일 때보다 표정이 더 밝아지고 행복해 보인다고 말한다. 일체 유심조(一切唯心造) 세상만사 다 마음먹기=본인 하기 나름이다. 피 할 수 없으면 즐기자!
지난 1년 동안 부장 팀원로서 살면서 좋은 점과 좋지 않은 점을 모두 겪고 있는데,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 보겠다. 어떤 점부터 이야기할까?
좋지 않은 점
약점, 단점, bad (by 늘 작가)
매도 일찍 맞아라고 먼저 ‘좋지 않은 점’부터 이야기하겠다. 그런데 이것은 이미 앞에서 많이 이야기했으므로 간단하게 항목만 열거하겠다.
아직 쪽팔리고 자존심 상한다.
회사 내에서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불편하다.
일하는 보람이 적다.
후배를 팀장으로 모셔야 한다.
회사에서 파워/말발이 아주 약해졌다.
기본적이고 단순한 업무를 다시 배워야 한다.
월급도 임금피크제 적용으로 깎이고 있다.
이렇게까지 참으면서 회사 계속 더 다녀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여전히 든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양면이 있다. 부장 팀원이 된 후 좋은 점도 많다. 좋은 점도 있다고? 있다. 그것도 많이. 사전에 생각한 것도 있었지만 생각하지 못한 점도 꽤 있었다.
좋은 점
강점, 장점, good (by 늘작가)
조직에 대한 책임과 스트레스 감소
팀원이 되니 가장 많이 바뀌게 된 것이고 좋은 점이다. 많은 회사에서 팀장은 실무 조직의 책임자이고 고과권을 가지며 팀장 수당도 받는다. 회사 매니지먼트에 참여하고 외부 고객을 만날 때 회사 대표 역할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권한을 주는 만큼 그에 따른 책임도 져야 한다. 좋을 때야 좋지만 성과가 좋지 않거나 팀원이 사고를 치면 심하게는 퇴사까지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조직의 장으로서 스트레스가 많았다.
그런데 팀원으로 내려간 후 이것이 없어지니 정말 살 것 같다. 나는 부장 팀원이니 이제 팀장이 아니라 팀원으로서 역할만 하면 된다. 다른 사람 책임 질 필요 없고 내 할 일만 하고 나만 잘하면 된다. 단, 이에 따라 조직과 일에 대한 성취감과 만족은 떨어진다.
주의 : 팀장 그리고 임원을 목표로 하는 후배들은 이런 생각 가지면 안 된다. 내 할 일만 하고 나만 잘하면 승진 어렵다. 내 일은 기본이고 남의 일, 윗사람일까지 다 해야 한다. 팀원은 팀장, 팀장은 임원급 일을 해야 직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
회사 메일과 결재 감소
팀장에서 내려간 후 겪은 변화 중 큰 것이 나에게 오던 수많은 회사 공식 메일이 90% 이상은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이제 나는 더 이상 결재자가 아니니 결재할 일도 싹 사라졌다. 나는 팀장이 나에게 부여해 주는 일만 하면 된다. 지금에야 알게 되었다. 우리 회사 팀장들이 얼마나 많은 메일을 받고, 업무를 하고
있는지…
단순한 업무가 좋다
이 점은 정신 승리일 수도 있는데, 진짜 좋다는 것보다는 마음을 바꾸었다는 뜻이다. 팀원으로 내려가면 업무 scope가 바뀌게 된다. 물론 팀장급 상위 레벨 일도 여전히 하지만 단순한 업무도 많이 해야 한다. 처음에는 이런 일을 하면서 현타 오고 자괴감이 들었다.
예를 들어 지금 내가 하는 일 중 하나가 내가 속한 조직 좌석배치도를 업데이트하는 것이다. 이 일은 우리 회사에서 직급이 제일 낮은 사원도 거의 하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 일을 해야 해서, 내가 손들고 한다고 했다.
"그래, 마음을 바꿔 먹자. 이렇게 단순한 일을 하니 얼마나 좋은가? 머리 쓰지 않고 오히려 식힐 수 있고 힐링된다. 그리고 이런 일 하면서도 월급 받으니 감사해야지." 단, 이런 일을 견디지 못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분은 이 길을 걸으면 안 된다.
출퇴근과 휴가를 자유롭게
늘작가가 다니는 회사는 자유 출퇴근제이다. 출근은 오전 10시 이전에만 하면 되고, 하루 최소 4시간 이상만 근무하면 된다. 부족한 시간은 월 단위로 알아서 채우면 된다. 하지만 팀장이었을 때는 현실적으로 출퇴근과 업무 시간을 이렇게 Flexible 하게 할 수 없었다. 그런데 팀원이 된 이후에는 자유출퇴근제를 하고 있다. 일찍 올 때는 지하철 첫 차 타고 출근도 하고, 늦을 때는 오전 10시에도 한다.
또 하나 휴가 사용이다. 팀장 시절에는 1년에 나에게 보장된 휴가를 다 사용한 해는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나에게 주어진 휴가를 다 사용하고 있다.
이 나이에 아직 현직이다
내 나이 지금 57세이다. (부장 팀원 1년이 지났을 때 나이이고, 24년 현재 59세이다) 내 친구들 중에서 교수나 공무원 그리고 고위 임원인 경우 외에는 전부 다 퇴직을 이미 했다. 그런데 나는 아직도 현직이고 출퇴근하면서 매월 따박따박 월급 받고 있다.
가장으로서 가족을 지키고 있다.
아마 명퇴 거부하고 팀원으로 회사 다니는 모든 부장 팀원분들의 가장 큰 이유는 이것일 것이다.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부장팀원이 되면 좋은 점보다 좋지 않은 점이 훨씬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내가 이 회사를 계속 다니는 가장 큰 이유이자 좋은 점이 이것이다.
만약 내가 대안 없이 명퇴 받아들이고(지금도 가능하다) 회사 나간다면 우리 가족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 물론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기반은 가지고 있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부장 팀원의 모든 단점 다 커버된다.
이렇게 좋은 점도 많기 때문에, 아니 더 정확하게는 좋은 점이 많다고 정신승리하고 있기 때문에 부장 팀원의 삶 1년을 무사히 통과하고 있다.
오늘 글, 부장 팀원의 길을 걸으면 좋은 점도 많으니 그렇게 하라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도 이야기하겠지만, 부장 팀원의 길 쉽지 않다.
이것보다는 그전에 본인의 그릇/역량을 키워서 각자 분야 전문가가 되는 것이 베스트이다. 그렇게 되면 임원으로 승진하든지, 동종 업계에 고액 연봉을 받으면서 스카우트될 수 있다. 또 본인이 이런 역량을 살려 회사를 나가 사업을 해서 크게 성공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 세 가지 길 모두 갈 수 없는 작은 그릇이었다. 그래서 차차선으로 어쩔 수 없이 이 길을 걸어가고 있다. 하지만 마인드 컨트롤하면서 정신승리하면서, 나의 꿈인 정년퇴직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