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 팀원으로 산지 벌써 3년 6개월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참 세월 빠르다. 명퇴 거부한 후 나에게 정년퇴직까지 만 5년의 시간이 주어졌는데, 절반을 벌써 넘었고, 결승점이 저 멀리 보이기 시작한다. 그동안의 삶에 대해서 브런치북에서 이미 이야기했지만 중간 점검도 할 겸 다시 한번 간단히 적어 보겠다. (이 글 역시 이때 적었던 글을 재편집한 것이다.)
먼저 일 측면에서 팀원이 되니 아득한 시절 사원/대리 때 해야 하는 일을 다시 시작했다. 나의 경우는 세금계산서 처리, 행사 포스터 사내에 붙이기, 좌석 배치도 만들기 등이 있었다.
혹자는 이런 나를 많은 월급 받으면서 저퀄리티 일 하는 것을 까던데, 고퀄러티 일 하는 것보다 이런 일 하는 것이 더 힘들다는 것 아는가? 그리고 직장인은 회사에서 주어진 일이 무엇이든 잘 수행하는 것이 월급 값하는 것이다. 그것을 못하면 고과 잘 받지 못하는 것이고, 이런 상황이 싫으면 나가면 될 것이다.
이런 허드레 일을 하면 현타와 자괴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생각을 바꾸면 오히려 좋을 수도 있다. 내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는 이전 제 글을 읽은 분들은 아실 것이다.
이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사내 관계 특히 후배들이 나에게 대하는 태도가 변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시간이 약이라고 몇 개월 지나니 아무렇지 않게 변했다.
오히려 나를 이렇게 대하는 후배들에게 측은하다는 생각이 든다. 회사와 본인 자리가 평생 갈 것으로 생각하고 있을 텐 데, 후배들이 나의 길을 걷던, 임원이 되든, 명퇴하든 결국에는 알게 될 것이다. 회사는 나를 언제든지 버릴 수 있다는 것을~ 인생은 혼자라는 것을~
고독, 외로움 (by 늘작가)
부장 팀원 생활이 힘들었던 것은 처음 3개월 정도였다. 정확하게 100일째 되는 날 소감도 적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이가 태어난 후 100일 잔치를 한다. 그때부터 아이가 정식 인간(?^^)이 되는 것이 인정되 듯이, 나 역시 부장 팀원 생활 100일을 무사히 넘기고 나서 비로소 부장 팀원으로 살아갈 자격(?)을 얻게 되었다.
그렇게 살아온 결과, 3년 6개월이 지난 지금은 득도를 하고 해탈의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요즘 아침 출근길을 나서면 감사하고 즐겁고 행복하다. 늘작가가 이렇게 지금 직장에서 잘 지내는 이유가 무엇일까?
가장으로서 가족의 생계를 잘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쉽지 않은 이 길을 걸어가면서 행복한 가장 큰 이유는 가장으로서 우리 가족 생계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직장을 다니는 모든 사람들은 이 생각을 가지고 있다. 명퇴를 수용하든지 계속 회사를 다니든지 모두 이런 생각으로 의사 결정을 한다. 어떤 길이 좋고 나쁘고는 없다. 가족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이것 하나만으로도 모든 직장인들의 출근길은 보람되고 가치가 있는 것이다.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기 때문이다.
나의 인생 슬로건이 '늘~긍정적이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될 때까지 하자'이다. 일체유심조. 모든 것은 마음먹기 나름이다. 부장 팀원이지만 이 나이에 직장을 다닐 수 있음에, 요즘 같이 어려운 시기에 아직도 원화 채굴을 할 수 있음에 진심 감사한다.
퇴직/퇴사 후 제2인생 준비를 잘하고 있기 때문이다
늘작가가 명퇴를 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아직 회사 밖 지옥으로 나갈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년퇴직 후 살아갈 제2인생을 알차게 준비하고 있다. 퇴직 후 나는 재취업은 하지 않을 것이고, 늘작가/늘푸르게/늘여행/evegreen이라는 브랜드를 가지고 '자유인'으로 살아갈 것이다. 지금 나는 브런치스토리/블로그/페북/인스타/유튜브/스레드 등 다양한 SNS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퇴직 후 이 플랫폼으로 상생과 소통을 하고, 돈도 벌면서, 멋진 제2인생 보낼 자신이 있다. 이 회사 퇴직 이후 제2인생의 삶이 두렵지 않고 오히려 기다려진다.
건강하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것은 돈이 아니고 건강인 것은 모두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아직 큰 병 없고, 매년 회사에서 하는 건강 검진에서도 아무런 이상 없다. 물론 방심은 금물이지만 건강 관리 잘하면서 잘 살고 있다.
어느 정도 경제적인 자유를 가졌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 부자가 아니고 돈을 더 벌고 모아야 하지만 지금 당장 이 회사 잘려도 먹고 살/노후 걱정은 없다. 뒷배라고 하나? 직장인 아니 모든 사람의 가장 강한 뒷배는 자본, 돈이다. 돈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회사에 다니는 것은 아니다. 직장은 짧지만, 자본은 영원하다. (이 문장은 나의 첫 번째 브런치북 제목이기도 하다)
생계형 노예가 아니라 자아실현형 노예이기 때문이다.
직장인을 비하하여 이야기하면 머슴이고 노예다. 하지만 노예에도 급(?)이 있는데, 생계형 노예가 아니라 자아실현형 노예가 되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나는 회사/주인에게 이용당하는 사람이 아니고, 오히려 회사와 주인을 이용하는 사람이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지금 부장 팀원으로 회사 다니고 있지만 행복하고 즐거운 직딩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 하루하루가 너무 소중하다. 앞으로 남은 부장 팀원 1년 6개월의 삶을 더더욱 알차고 보람되게 보낼 것이다. 이 직장을 내 인생의 베이스캠프로 활용하면서 ~ 2023년 여름 늘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