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독자 여러분, 추석 연휴 잘 보내셨나요? 늘푸르게는 고향이 시골이라 추석 때면 내려가는데 올해는 지난 7월 자전거 사고로 다친 후 회복 중이라 서울에서 머물렀습니다. 늘푸르게는 요리가 취미이자 특기입니다. 한때 회사 사표 던지고 셰프가 되어 레스토랑으로 제2인생을 시작하겠다는 꿈도 꾼 적이 있어서 요리과 음식에 관심이 많습니다. 새롭게 만든 <늘푸르게 인생 이야기> 코너에서는 우리의 삶과 인생 이야기를 담는 곳입니다. 추석 연휴 때 이 코너에 나의 소울푸드와 관련된 추억을 가끔씩 올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 수정 : <함께 가는 인생 길> 이라는 매거진으로 재발행하였습니다.
#수정 : <인생 스케치>로 매거진이 바뀌었습니다.
소울푸드
# 출처 : 한국인의 소울푸드 책 표지(윤숙자 저)
나에게 소울푸드는 어떤 메뉴일까? 소울푸드를 떠 올려 보니, 가장 먼저, 어렸을 때 어머니가 자주 해주셨던
음식들이 생각 났다. 어머니의 손맛이 들어간 수많은 음식들... 그런데 그 리스트 중에서 어머니 손맛이 아닌 MSG가 가득한 가게표 소울푸드 메뉴가 하나 있다.
간짜장
아니 간짜장이 소울푸드라고? 그렇다. 짜장도 아니고 더 비싼 삼선짜장도 아니고,나에겐 간짜장이 소울푸드이다.그런데 서울에서 파는 간짜장이 아니고, 내 고향에서 파는 바로 아래와 같은 간짜장.
# 출처 : 구글이미지
서울 짜장과 뭐가 다르냐고? 위 사진을 자세히 한번 보면 뭔가 다른 것이 있지 않은가? 그렇다 계란 프라이가 이렇게 떡 하니 면 위에 올라간 간짜장! 서울에서는 이런 간짜장을 먹기 어려운데, 내가 자란 고향에서는 아직도 간짜장은 이렇다. (이러면 고향 알게 되실 텐데... 뭐 할 수 없지요^^)
짜장면의 추억
흙 수저 시절에 제일 먹고 싶었던 요리는 짜장면이었다. 그때 먹었던 짜장이 왜 그렇게 맛났든지. 아래 사진은 지난 해 고향에 갔을 때 찍은 시골 노포 중국 음식점 사진이다.
# Photo buy 늘푸르게(20.8.12) 40년도 더 된 집이다. 이 집에서 짜장면 참 많이 먹었는데...
나의 어린 시절에는 지역 유지 자녀 몇 명을 빼고는 대부분 가난했던 시절이었다. 짜장면은 생일날이나 어린이날에나 먹을 수 있었고, 탕수육은 전교 1등을 하거나 입학식이나 졸업식 정도 해야 되어야 먹을 수 있었다. 늘푸르게가 어렸을 때 공부를 열심히 한 이유 중 하나가 이노무 짜장면과 탕수육 한번 먹어보려고 (ㅋㅋㅋ 늘푸르게는 항상 전교권 한자리 숫자여서 전교 1등 아니면 부모님들이 안 사줌. 아 깨알 자랑 ㅎㅎㅎ)
어렸을 때 가끔 중국 음식을 시켜 먹거나 중국집에 가서 요리를 먹어도 간짜장은 차마 못 시켰다. 왜냐고?
짜장보다 간짜장이 더 비싼데, 그 어린 나이에도 부모님 주머니 사정을 잘 알아서 그 비싼 간짜장은 차마 시킬 수가 없었다. 가끔 부모님이 "늘푸르게야 너 간짜장 시켜라." 이렇게 말하시면 "저 간짜장보다 짜장을 더 좋아해요." 이렇게 말하곤 했다. 아마 부모님들은 기억을 못 하겠지만...정말 그랬었다. 초딩 고학년부터는 '짜장면 곱빼기'는 시켜었다. 어렸을 때 질리게 한번 먹어 보고 싶었던 메뉴는 간짜장이었다. 간. 짜. 장~!
혹시 흙수저 출신이라고 했는데, 이런 짜장면도 먹고 개화된 문명 출신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을 듯해서 미리 말씀드리면, 내가 태어난 곳은 00면 00리 00 부락으로 다 합쳐야 10호 남짓한 깡촌이었다. 이후 아버님이 출세하여 4~5살 때 지방 대도시로 나가 금수저급으로 잘 살다가, 폭망 해서 다시 고향 시골로 내려왔었다. 초딩 2년 때었는데, 당시 우리나라 웬만한 시골에 모두 전깃불이 들어왔었는데, 그 마을에는 아직도 전기불 들어오지 않았었다. 당근 동네에 짜장면 집은 커녕 음식점 한 개도 없었다. 지금 고향집이 있는 곳은 태어난 동네가 아니고 그 동네가 속한 면 소재지에 있다.
늘푸르게 간짜장의 추억 ①
내 인생에서 가장 맛있게 먹었던 중국 음식은 중3 가을 소풍 끝난 후 선생님이 사준 간짜장이었다. 당시 읍내에 살았었는데, 남중이었고 총 6개 반이 있었다. 한 반에 60명. 시골 치고는 꽤 크고 오랜 역사를 지닌 읍이다. 가을 소풍이 끝난 후 중 3 옆 반 담임 선생님(여성) 한 분이 "3학년 반장들 이번 가을 소풍 준비에 고생했다" 하면서 6명을 중국집에 불러 저녁을 사주셨다. 그때 친구들이 서로 눈치를 보다가 "선생님, 우리 간짜장이나 짬뽕 시켜도 되나요?" (다들 착해서 짜장이나 우동만 시킴) 그러자 선생님이 "그럼, 간짜장/짬뽕도 시키고 탕수육도 시켜" 그때 너무 맛나게 먹었던 추억이 수십 년도 지난 지금도 오늘처럼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쌤 감사합니다.
얼마 전 고향 친구와 술 한잔하면서 그때 선생님과 통화했었는데, 수십 년 만에 통화를 했었지만 나를 기억하고 반갑게 전화를 받아주셨다. 선생님 자녀 분이 서울에 살아서 가끔 올라오신다고 하셨다. 그런데 코로나로 요즘은 거의 올라오지 못한다고 하시었다. 코로나 끝나면 쌤 만나서 서울 유명 중국집 코스 요리로 대접해드려야지~
늘푸르게 간짜장의 추억 ②
...중략,,, 그러던 늘푸르게 촌놈이 서울에 올라왔다. 대학은 아니고 재수하러 올라왔었다. 학원은 노량진 대성학원 ㅋ. 서울에 와서 중국집에서 처음으로 간짜장 시켰던 에피소드 하나. 중국집에 들어가서 짜장 시킬까 간짜장 시킬까 무지 고민하다 큰맘 먹고 큰소리로 늘~ : "저 여기 간짜장 곱빼기 하나 주세요!" 그런데 아래와 같은 간짜장이 나왔다.
# 출처 : 모름
늘~ : (속으로) "아니, 계란 프라이 어디 간 거야?" "이 인간들. 서울에 오면 코 베어 간다고 하더니
내가 촌놈이라고 계란 프라이 하나 일부러 뺏구나. 나 이거 못 참는다."
늘~ : "사장님, 이리 좀 와 보세요! 제가 그냥 넘어갈 줄 알았지요? 계란 프라이는 왜 안 주세요"
어안이 벙벙해진 쥔장 : "뭐 뭐라고요???"
내 이야기를 듣고 쥔장이 처음에는 황당해하더니 곧 미소를 지으면서, 쥔장 : "학생. 고향이 00도이군요. 그래 그 동네는 간짜장에 계란 프라이가 올라가지?" 늘~ : (얼굴이 무지 붉어지면서) "저.. 저... 사장님. 서울 간짜장에는 계란 프라이 없는 건가요?" 쥔장 : "네 서울 간짜장에는 계란 프라이 없어요. 하지만 오늘 특별히 계란 프라이 하나 올려드릴게요." 뭐 모로 가도 서울로 가면 된다고 그렇게 해서 서울에서 시킨 첫 간짜장도 계란 프라이와 함께 먹었다능~ ㅋㅋㅋ 그리고 이 사건으로 촌놈 늘푸르게는 서울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아 서울에 나쁜 사람만 있다던데, 아니네..."
그래서일까? 구내식당에서 짜장면이 메뉴로 나오는 날이면 무조건 짜장면만 고른다. 간짜장/삼선짜장/쟁반짜장/유니 짜장 등등 뭐든 짜장이면 모두 오케이다. 지난 달인가 구내식당 메뉴 중 고향에서 먹었던 그 간짜장이 나왔다. 얼마나 반갑던지...
# 출처 : Photo by 늘푸르게
가족들이 중국 음식 배달 시키면 지금도 항상 짜장을 고른다. 간짜장 아니면 삼선짜장 아니면 쟁반짜장
난 짜장만 먹으면 힘이 난다.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짜장면/짜장밥을 먹으면 회복이 된다. 내가 제일 잘 만드는 요리 중 하나도 찌장이다. 남들은 짜장면은 밀가루에다 기름 범벅이라 정크푸드 취급하지만 나에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