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봄을 재촉하는 봄비가 촉촉하게 내리고 있습니다. 아파트 화단 앞 나무에 이렇게 새순이 돋아나기 시작했더라고요. 올해 들어 새순을 본 것은 처음입니다.
어떤 나무 새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봄비에 촉촉이 적은 파아란 새순이 너무 귀엽네요. 그래서 주위 나무에서 사진 몇 장 더 찍었습니다.
역시 나무 이름 모름
그런데 아 내가 아는 꽃 하나가 보이네요. 산수유.
산수유 꽃으로 제일 유명한 곳은 전남 구례군 산동면의 산수유 마을인데, 매월 이 맘 때가 되면 아래와 같은 장관이 펼쳐집니다.
# 출처 : Jean World
# 출처 : 팝코넷
이곳에 꼭 한번 가고 싶은데, 올해도 가지 못했네요. 앞으로 2~3년 이내 꼭 한번 이곳에 출사 겸 관광으로 가보려고 합니다. 오늘 할 이야기는 이것은 아니고....
오늘 아침에 이렇게 촉촉이 봄비 맞은 새순을 보면서 주말에 대치동 학원에서 꿀알바하는(이전에는 판교 현대백화점에서 알바했는데, 이에 비해서 학원 알바는 꿀이라고 하네요) 딸내미 라이딩해주고, 우연히 평소 전혀 듣지 않았던 클래식 음악을 FM 라디오에서 들었습니다. 그러다 클래식 음악 관련한 옛 생각이 나서 이렇게 몇 자 적어 봅니다.
# 출처 : 123RF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인 롱롱 타임 어고우. 대학 2학년 때였던 것으로 기억이 나네요. # 수정(24.5.8) 오늘 이 글 다시 읽었는데 대학교 2학년이 아니라 1학년 때였다.
지금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당시 거의 모든 남자 대학생들 소원 중 하나는 이대, 이대 중에서도 이대 음대생과 한번 미팅해 보는 것이지요. (물론 다른 대학 음대생도 좋아요. 하지만 일단 이대가 최고 로망^^)
늘푸르게는 시골 깡촌 출신이라 서울에 아는 친구들도거의 없었습니다. 대학 입학해서도 류류상종이라 촌놈끼리 주로 어울려 놀아서... 이런 금수저 이대 음대생과 미팅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지요. 그런데 와우~ 이대 음대생과 미팅을 하게 되었습니다.
주선자는 재수 시절 서울 대성학원 같은 반이었던 여자 동창 소개로. (라떼에는 재수학원 동창회/반창회도 있었습니다) 그 해 이대 축제 기간 때(5월 말입니다) 학원 동창이 주관하는 학과 주점에 매상 올려주려 대성학원 문과 □반 동창들이 우르르 몰려 갔었어요.
# Photo by 늘푸르게(18년 6월 초)
지금도 대학 축제 때 그런 행사하는지 모르겠지만, 당시 대학 축제 때 학과나 서클(당시에는 동아리라는 말은 없었어요)에서 축제 주점을 운영을 했습니다. 축제 기간에 번 수익금으로 일 년 운영비를 많이 충당을 했었습니다. 주점을 돌아가면서 맡는 데, 본인이 운영할 때 친구들이 많이 와서 매상을 올려주는 것이 미덕이었지요.
그곳에 가서 술 먹고 데모가 실컷 부르면서 놀다가, 여자 동창에게 “늘푸르게 소원이 너네 학교 음대생과 미팅 한 번 해보는 것이다”라고 했는데, 오잉~! 이 학원 여자 동창이 자기랑 친한 친구가 이대 음대생이 있으니, 소개해 주겠다고 하더라고요. 그것도 미팅도 아니고 소개팅을~! 당시에 이대생과 미팅도 어려운데, 소개팅이라니. 완전 대박 ! 당근 날아갈 듯 기뻤지요. ㅋㅋㅋ
# 대학 졸업 후 거의 처음으로 18년에 이대 구경 가보았는데 이렇게 멋지게 바뀌었더라고요
5월 말에 소개팅을 이대 앞 카페에서 했었습니다. 카페 이름은 무엇이었는지는 당근 지금은 잊었고요. 소개팅에 나온 이대 음대생은 예쁘고 귀티가 많이 났던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 하다가( 만나서 무슨 말이 오갔는지 당근 기억나지 않지만) 이 부분은 지금도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음대생이니 당근 클래식 음악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클래식 음악 좋아하세요?”하고 저에게 물었는데. “네 좋아는 하는데 많이 들어보진 못했어요”하고, 뻥 쳤던 기억이 어렴풋이 나네요. 그때까지 클래식 음악 클 자도 몰랐고, 클래식 음악은 100% 시험용 암기. 태어나서 단 한 번도 클래식 제대도 들어 본 적 없고, 아는 클래식 곡도 없었습니다. 아 딱 한 곡은 들은 것이 있었당. 베토벤은 0번 교향곡 ‘운명’ (지금도 운명이 몇 번 교향곡인지 모르는 클.알.못^^) 그렇다고 그렇게 솔직하게 말할 수는 없잖아요? 마음에 들어서 다시 만나고 싶었으니까요.
그 소개팅 이후 늘푸르게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클래식’’ 음악이라는 것을 들어 본 계기가 되었어요. 첫 만남 이후 정말 미친 듯이 클래식 음악을 들었어요. 당시에는 요즘 같은 유튜브가 없어서, 클래식 음악은 레코드판이나 테이프로 들었습니다. 레코드는 전축(^^ 오디오)이 없어서 당근 사용 불가였고, 오리지널 테이프 오리지널도 비싸 못 사고, 길거리표 리어카에 파는 클래식 모음집 몇 개 사서 죽으라고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대학교 안에 있었던 클래식 음악 감상실에서 죽돌이로 하라는 공부와 하지 마라는 데모까지 전폐하고, 유명한 곡과 운율을 매치시키면서 달달 외웠던 기억이 새록새록. 음악 감상 뭐 이런 것 아니고, 클래식 리슨 시험공부한 것이지요.
그래서 그 후 어떻게 되었냐고요?
뭐 어떻게 되긴 어떻게 되었겠어요? 몇 번 만난 후(1~2달) 차였지요. 이유가 뻔하지요. 푸르게 같이 클래식 모르는 흙수저랑 어찌 계속 만나고 싶었겠어요. 클래식 음악이라는 것이 벼락치기해서 되는 것이 아니잖아요. 태어나서 첨으로 “아 해도 안 되는 것이 있구나” 하고 씁쓸한 마음을 가졌습니다.
# 출처 : 아트인사이트
그 이후 클래식 음악은 저하고 안뇽~ 세월이 흘러 가끔 93.1 FM 주파수에도 맞추고, 유튜브에서 클래식도 듣긴 하지만, 아직도 클래식 음악에는 귀가 잘 열리지 않습니다. 아마 이런 실패의 추억(?^^)이 클래식 음악을 더 어렵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음악은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무지 좋아해요. 주로 팝송과 가요 중심이지만요.
그 소개팅 이후로 음대생 출신 하고는 미팅이 들어와도 절대 네버~ 하지 않았답니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지 하면서요. 아요. 아프다 ~~~ 아 그러고 보니, 이대 미대생과의 미팅에 얽힌 추억도 생각이 나네요. 그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적어야징 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