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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이소 Jan 23. 2021

A형 같은 A형, A형 같지 않은 A형

내성적인 성격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해요.



“저 A형이에요.”라고 말했을 때 주변 사람들 반응은 두 가지다.
“그럴 줄 알았어.”와 “네가 A형이라고?”이다.



혈액형에 따른 성격은 일본과 우리나라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유사과학이다. 전 세계 몇십억 인구를 4가지 성격으로 나눌 수 없다.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풀이를 보면 나도 모르게 ‘맞아 맞아.’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재는 AB형이라더니 역시 좀 특이해.”, “나 B형이라 원래 쿨해~” 등등. B형 남자니 O형 여자니 분류하고 어딘가에 속해있길 좋아하는 습성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이 두 나라에서 유구하게 유행하고 있는 놀이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혈액형 별 성격차이를 믿든 안 믿든, ‘A형’하면 ‘소심하고 내성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기는 어렵지 않다. 은근히 고집이 세고 말이 없으며 예민하다고도 표현된다. 어울리기보다는 혼자만의 사색을 누리는 데에 더 큰 시간을 들인다. 때때로 사회는 이들을 사회 부적응자로 취급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A형인 나에 대한 사람들의 상반된 반응은 얼핏 이해가 되지 않는다. ‘A형 같다’와 ‘A형 같지 않다’ 사이에는 간극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왜 사람들이 상반된 의견을 내는 걸까?          



  





아기 때부터 엄마 품만 떠나면 울던 아기는 모르는 사람에게 재잘재잘 떠드는 언니의 친화력이 부러웠다. 선생님 앞에만 서면 입을 꾹 다물던 어린이는 수업 중 화장실 간다는 말을 못 해 초등학교 1학년 때까지 바지에 실례를 했다. 중학생 때는 등굣길 버스에 꾸역꾸역 몸을 비집어 넣은 사람들 사이에서 내릴 정류장을 그냥 지나치는 버스 아저씨에게 “내릴게요!”하고 크게 소리치지 못해 학교에 지각한 적도 있다.


어릴 때의 나는 누가 봐도 A형이었다.


그러나 서른이 훌쩍 넘은 지금, 나에 대한 평은 갈렸다.

주로 회사의 큰 프로젝트에 협력했던 직원들이나, 취미 생활을 함께하는 친구들이 새로운 평을 낸다.



누군가는 말한다. 커가면서 성격이 변한 것이라고. 트리플 A형 별명을 지녔던 어린이가 나이를 먹고 경험을 쌓으며 소심한 성격이 대담하게 바뀐 것이라고. 그러니 다행이라고.


그러나 나는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내성적이다. 그저 사회성을 준비해놓고 필요할 때 적절히 사용하는 법을 터득했을 뿐이다.


사람들 모두 타고난 외모와 재능이 다르듯, 타고난 성격이 다른 것뿐이다. 다양한 성격 중 하나일 뿐이다. 누가 더 잘나고 못난 게 아니다. 회사에서든 학교에서든 사회적 분위기에 억지로 나를 바꿀 필요는 없다.     








"기본적인 성격이 내성적이죠. 어릴 땐 학교에서 수업받다가 발표를 하고 싶어도 손을 못 들어서 발표도 못 했어요. 제가 손을 드는 순간 아이들이 쳐다보면 그게 너무 창피했거든요. 카페를 갈 때도 사람 많은 곳은 피해서 가고 골목길만 찾아다니고 그랬어요. 아직도 주목 공포증이 있으니까 '내가 그렇게 꿈꾸던 연기자 일을 하고 있는데 이게 안 맞나?'이런 생각도 들었거든요. 연기할 땐 괜찮은데 연기를 제외한 제 이야기를 하면 진짜 부끄러워요.'

- 배우 이종석 - 



언뜻 보면 이해가 안 된다. TV와 스크린관에서 종횡무진 활약을 펼치는 배우가 내성적이며 주목 공포증이 있다니. 뿐만 아니라 배우 김수현 역시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을 타고났다고 한다. 국민 MC 유재석 역시 마찬가지다. 더욱 놀라운 건, 스타덤에 오른 연예인들 역시 여전히 내성적이라는 점이다. 이들 역시 필요한 곳에서 사회성을 사용할 뿐, 타고난 성격은 그대로인 셈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역시 스스로를 내성적인 인물이라 칭한다. 그는 주기적으로 ‘생각 주간’을 갖는다. 외부와 단절된 곳에서 사람을 일절 만나지 않고 홀로 생각에 잠기는 기간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이토록 발전하기까지의 혁신들은 주로 이 생각 주간에서 나왔다고 한다.


이 외에도 워런 버핏, 키아누 리브스, 축구스타 메시,  톰 크루즈, 원빈, 소녀시대 태연 등 셀 수 없이 많은 스타들이 내성적인 성격임을 알 수 있다. 그들은 내성적인 성격을 이겨낸 것이 아니다. 내성적이기 때문에 더 깊이 사색하고 통찰하여 자기 자신의 재능을 발전시킨 것이다.








사회성은 필요할 때 잠시 꺼내 쓰고, 집어넣으면 그만이다.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니 굳이 내성적인 성격을 바꾸기 위해 스스로를 괴롭힐 필요는 없다. 때로는 A형 같이, 때로는 A형 같지 않게 살아가면 될 뿐이다.










[내향성 어른이의 또 다른 이야기 보러 가기]

내성적이라 죄송한데 제 성격이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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