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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네 Mar 26. 2021

I can , I can't

어렴풋이 40대가 되면 김치를 만들 수 있을 줄 알았다. 전업주부 13년차, 회사직급으로 표현하면 부장은 될 터인데, 산전수전 공중전을 겪고도 남았을 시간이지만 김치는 나에게 유니콘 같은 신기루이다.  변명을 하자면, 핵가족 4인이 모두 함께 김치를 먹는 시간은 저녁식사 한 끼이고, 같이 먹기 시작한 시기마저 얼마 안 되었다. 

호주로 어학연수를 떠난 10개월 동안에도 김치를 안 먹고 살 수 있는 식성의 나와 10세가 되어서야 매운맛을 알게 된 큰아이가 가세해서 먹기 시작한 김치. 

매년 김장철마다 양가에서 받아오는 김치 2통은 한겨울의 일용할 양식이 아니라 일년 중 3계절 정도는 지나야 김치통의 바닥을 드러낸다.     


처음부터 이렇게 손 놓은 뻔뻔 주부는 아니었다. 잘 나와 있는 인터넷 레시피로 무김치 담그기를 따라해 봐도 30년동안 먹었던 엄마김치의 맛은 아니었다.(시도라도 해본 나를 칭찬한다.) 그래서 엄마에게 물어보고, 2년 연속으로 김장을 같이 해봐도 같은 맛은 안 난다. 그래서 포기했다. 얻어먹을 수 있는 만큼은 얻어먹고, 그 후의 일은 더 나중에 생각하기로. (아마 내 딸,아들은 엄마김치 맛을 모른 채로 살게 될 듯)  

 인구수가 줄어서, 동네에 어린이집도 점점 줄어가고 있는데, 상점 중에 눈에 띄게 많아지는 업종이 있다. 바로 반차가게다. 우리 집의 경우에 1만원어치의 밑반찬을 사면 일주일의 상차림을 풍성하게 해준다. 가정마다 다르지만, 한국의 보통 식단은 메인요리, 국, 밑반찬을 차려진다. 메인 요리 하나만으로 식사를 하는 외국과 비교하면 식사를 차리는데 많은 손품이 든다. 이 중에 밑반찬만이라도 반찬가게에서 해결이 된다면 식사 준비 시간은 줄어든다. 특히 나물고자의 손을 가진 내게는, 초록 잎파리를 손질하고 양념하는 시간대비, 사는 게 더 빠르고 맛도 좋아, 먹고 싶은 나물은 모듬으로 한팩씩 산다. 내게는 단비같은 야채유통 수단이 반찬가게의 나물반찬이다. (식구수가 많거나 한 번에 먹는 양이 많은 집은 다를 수 있다.)

     

한국인 밥상에 꼭 필요한 김치 만드는 것에 관심이 없으면 그냥 사먹자. 꾸역꾸역 배워도, 결코 공장김치 맛을 못 낼지도 모른다. 주부생활 13년을 하면서, 시도해봤지만 해볼 만한 요리와, 없는 것을 분별 할 수 있게 된 것은 내게 큰 소득이었다. 할수 있는것과 없는 것을 깨달으면 인생에서 할 일 리스트가 조금은 덜어지는 느낌이다.


할수 있는 일에 집중하면 결과는 더 좋을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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