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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영 Nov 13. 2017

'91년생 김지영'의 암스테르담

홍등가를 탐방한 후.



낮에도 거리 전체에서 마약 냄새가 나고 밤이면 조용하고 푸르던 거리가 빨갛게 변하는 도시.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이었다.


마약은 범죄이고, 성매매는 쉬쉬하는 나라에서 살아와, 나는 이 곳이 좀 낯설었다. 게다가, 거부감마저 들었다.


평소 술을 못 먹는 나는, 만취한 상태를 심신 미약 상태로 치부하면서(사람을 강간해도 참작해주면서), 술보다 의존성이 낮은 마약은 불법인 우리나라의 판결에 대해 납득하기 힘든 사람임으로, 그 거부감은 당연, 성매매 탓이었다.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어차피 불법이어도 공공연히 행해지고 있으니, 차라리 나라 차원에서 규제를 두고 성매매를 관리해주면 되지 않느냐.


오 마이 갓.



이것은 타투와는 다른 문제다.


꽤 오래전, 나는 타투를 하기 위해 홍익대 근처 타투샵에 예약을 하고 샵에서 보내준 주소로 어렵사리 찾아갔다.
'어렵사리' 찾아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샵 이름을 검색해도 위치가 뜨지 않았고 막상 가보니 가정집처럼 되어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간판도 없었다.


벨을 누르자, "어서 오세요"도 아닌, "누구세요?"라고 물었고 문도 열지 않았다. 죄를 짓는 기분이었다.


네덜란드는 물론이고, 세계 어디서든, 타투샵을 찾기란 어렵지 않다. 한데 우리나라는 타투를 한 사람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타투이스트는 정당한 직업군이 될 수 없다.
우리나라에선 타투를 <의료행위>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데, 이것이야말로 어불성설이다. 청결에 직결되는 문제임으로 관리와 규제가 반드시 필요하며, 소득에 합당한 세금도 걷어야만 한다.

실제로 나는 예약자로 확인되고 나서야 샵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고, 손목에 작은 타투를 새긴 후, 적지 않은 가격을 현금으로 지불했다.


그리고 성매매는 이것과 다르다.


물론 성을 파는 것이 불법행위라 하더라도 수요가 끊기지 않을 것이니, 분명히 이뤄질 것이고 막을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일말의 수치심과, 비윤리적인 행동에 대한 도덕적 가책을 스스로에게 남겨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엄청난 차이가 있는 성욕구가 기본적 욕구에 들어가는 줄은 잘 모르겠으나 내가 인간의 가장 첫 번째 욕구인, 배설욕을 사회적 체면때문에 참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 과연 성매매라는 게 용납할 수 있는 행위에 속해도 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여자가, 아니, 내가 남성을 살 수 있는 가게:여성전용 바에 갔다고 생각하자.


내 옆에 훤칠한 키에 초콜릿 복근을 가진 잘생긴 10살 연하 동생이 웃옷을 벗고 앉아있다. 그는, 날 보고 웃는다. 내가 굳이 무엇인가를 하지 않아도 내 기분을 좋게 하려고 갖은 노력을 다 한다.
내가 만약, 성욕이 평균치를 넘어간 사람이었다면 손가락 까딱에 성을 구매했을지 모른다.
나는 돈을 지불했고, 나는 3시간이 즐거웠고(본래 나라면 전혀 즐겁지 않았을 테지만), 그도 내가 일터에서 그랬던 것처럼 수모를 참아가며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었고, 이것은 이곳에서 합법이고, 때문에 죄를 지은 사람은 없고, 벌을 받을 사람도 없다.


합리적인 구매였다고 보이는가?
자, 저 경험을 통해 나에게 생긴 변화는 무엇일까?


나는 그저 이 상상만으로도 사람이 우스워졌다.
그렇다면 이것을 실제로 행하고, 그 행위가 여러 번 반복되었을 때 내게 "남자"는 얼마나 우스운 것이 될까?


주관적으로 봤을 때 못생긴 남자가 내게 말을 걸면 내가 과연


'5만원도 안 되는 게.'


라는 생각을 안 할 수 있을까?


돈을 주고 사들인 물건에 가까운 그 수많은 남성들의 가벼운 웃음을 보는 눈이, 모든 남성에게 확장되지 않으리란 확신은 어디에서 올 수 있나.

여기까지 생각이 미쳤다면, 성매매가 합법인 이 나라에서, "과연 여성의 인권이 얼마나 존중될 수 있을까?"란 물음이 떠올라야 맞다.


몇십만원이면 여성의 몸을 내 멋대로 군림할 수 있고, 그것이 죄가 되지 않는 사회에서, 평범한 남성이 평범한 여성에게 "홍등가에 널린 게 여잔데, 네가 감히."등을 하지 않는 게 가능할까?
돈이 많은 사람과, 돈이 필요한 사람의 거래가 성립되는 것은 활자상 맞지만 돈만 있으면 자유롭게 취할 수 있는 여성의 인권은 지금 어느 위치에 가 있는 것일까?


"일부"남성의 그 빌어먹을 욕구, 성적 호기심 등을 위해 여성의 '성'을 판매하는 것이 합법이 된다고 해서 성범죄율이 줄어들었단 통계는 없다.
왜냐하면, 성매매를 포함한 모든 성범죄는 '인간이라면 있는 기본적 욕구'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절대로 아니므로.



암스테르담에서 가장 유명한 마약가게


처음엔, 비교적 저렴한 스트립쇼를 보려는 마음으로 홍등가를 구경갔다. '모든 것이 합법인 나라라니, 이렇게 쿨할수가! 죄도 아닌데 구경쯤이야.' 따위의 간단한 마음이었다.


유사성행위를 하는 사진들이 거리마다 붙어있고, 그 옆으로 늘어선 유리문 안쪽으론 신체부위를 아슬아슬하게 가린 여성들이 몸을 흔들고 있었다. 그 모습은 흡사, 쇼핑몰 안에 전시된 인형, 혹은 옷이나 가방 따위와 다를 게 없었다.


그리고 그 앞을, 모든 것에 "왜?"라는 질문을 던질 법한 어린 남자아이가 엄마의 손을 잡고 걸어가고 있다. 아이의 엄마는 자신의 아들에게 과연 무슨 대답을 해줄 수 있을 것인가.


나는 수요를 하지 않았다.

분명한 건, 수요가 있기에 공급이 있는 것일테니.

낮시간대에 평화로운 홍등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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