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포르토의 sao joao Festival.
포르토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지만, 바보같이 대중교통을 알아오지 못한 나는 시내까지 가는 방법을 몰랐다. 물어볼 수도 있었지만, 사람들은 영어를 할 줄 몰랐다.
미리 다운로드한 지도에 의존해 무작정 걸었다. 그리고 그 지도에 저렴하다는 표시가 붙은 모든 호스텔을 하나씩 다 들러보았지만 대부분의 방들이 가득 찬 상태였고, 비어있어도 가격이 비싸 적당한 곳이 없자, 좁은 포르토의 오르막길 내리막길을 꽤 오래도록 걸었다.
그런데, 걷는 동안 두 번의 뿅망치를 맞았다.
이상하게도, 나는 호스텔을 찾아 걸어오는 동안 길거리나 작은 구멍가게에서 뿅망치를 사고파는 모습을 여러 번 목격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았으나 자꾸만 눈에 밟히다 보니 “도대체 왜 이런 길 한복판에서, 도대체 어째서 뿅망치를 팔고 있는 것일까?", "아니, 파는 건 좋아. 왜 저걸 사는 거지?"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러던 중, 두 번이나 지나가는 현지인에게 뿅망치를 맞은 것이다.
처음 나를 때린 사람은 나이가 지긋하신 할아버지였다. 이제는 귀가 많이 망가져버리신, 우리 외할아버지의 또래쯤 되어 보였다.
뭔가 머리에 닿았다 떨어지는 느낌을 받고 뒤를 돌아보니, 뿅망치를 든 할아버지는 재미있어 죽겠다는 듯 히죽히죽 웃으며 나를 지나쳐가셨다. 그가 웃지 않았다면 나는 실수라고 치부했으리라.
'인종차별인가?'
조금은 화가 났다.
하지만 나는 여행을 하는 동안 어디서 화를 내야 하는지, 어느 포인트에서 화를 내도 괜찮은 건지 분간이 안됐다. '여기서 화를 내면 혹시나 꽉 막힌 동양인의 이미지를 심어주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과 '지금 화를 내지 않으면 역시 동양인이라며 무시를 당하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동시에 들기 때문이었다.
이 경우에도 그랬다.
'뿅망치를 든 늙은 노인이, 작은 동양인을 만나 장난을 친 것뿐이야. 봐, 여긴 동양인이 얼마 없잖아. 그리고 난 아프지도 않았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하고 그에게 작게 웃어 보였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그 사건이 있고 몇 분 지나지 않아, 무리를 지은 젊은 청년들이 뒤에서 내 머리를 때린 것이었다. 그들은 모두 뿅망치를 들고 있었고, 머리에 헬멧까지 뒤집어쓰고 있었다. 도대체 이 도시는 뭘까.
잔뜩 인상을 쓰며 고개를 돌렸더니 서로가 서로를 가리키며 본인은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신이 난 청년들은 포르투갈어로 "너잖아!" 하며 장난을 치고 있었다. 기껏해야 10대 후반쯤 되어 보였다. 화가 났다.
“뭐하는 짓이야?”
내 차가운 말투와 표정에 그들은 한 번에 웃음기가 가셨다.
운동장에서 놀고 있는 어린아이들의 공을 뻥 차 버려 담장 밖으로 넘겨버린 못된 어른이 된 기분이 들었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뭐 하는 거냐고.”
사실은 조금도 아프진 않았지만, 맞은 정수리 부근에 손을 얹고 다시 한번 소리쳤다.
그들 중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는데 그나마 가장 나서서 나에게 설명해주려 애쓴 친구의 입에서 나온 ‘쏘리, 페스티벌.’따위의 단어를 조합해 볼 때, 지금은 축제기간이고, 나쁜 의도는 없었다는 게 판단되었다.
나는 민망함에 서둘러 숙소로 향했다. 그곳에 오늘 나에게 발생한 이 일을 이해시켜줄 누군가가 있길 바라며.
사실 오늘은 포르토에서 가장 큰 축제인 night of sao joao가 열리는 날이었다. 어쩐지 목요일 낮 시간 치고 도시 전체에 사람들이 북적북적하고, 축제 분위기로 떠들썩했다. 공휴일이었다.
처음엔 플라스틱 제조회사가 뿅망치를 팔 요량으로 만들어 낸 상술 같은 날이었다고 하는데, 어느새 포르토에서 가장 큰 축제로 성장했다.
젖꼭지를 문 꼬마부터 지팡이를 짚은 할머니까지, 모두 무기를 들었다.
사실은 오늘 축제라는 걸 알았을 때, '뛰어다니면서 다 때려야지, 엄청 세게 때려야지, 때리고 도망가야지, 뿅망치 뒤쪽으로 때려야지.' 하며 악하고 개구진 마음을 잔뜩 품었었는데, 나보다 키가 작은 사람을 위해 허리를 굽혀주는 따듯한 축제였다.
"내가 축제날에 맞춰 이 도시를 오다니!"
나는 큰소리를 내지르며 시내로 나갔다.
관광 온 외국인, 특히나 작은 동양 여자는 누구에게나 타깃이 된다.
뿅망치로 머리를 "뿅!" 하고 때릴 때 행운을 비는 것이라고 하니, 하루 종일 50000대는 맞은 것 같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내가 숙소로 돌아온 것은 새벽 1시쯤이었다.
뿅망치를 침대 옆에 세워두고, 씻고 돌아와 침대에 누우니 새벽 2시가 다 되어갔는데, 여전히 거리에는 "뿅!"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어쩌면 이 도시를 아주 사랑하게 될 것 같아.'
쉰내가 폴폴 나는 이불을 턱 끝까지 끌어올리며 나는 조용히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