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러움 폭발
임신 초반에는 조금 배가 나오고 입덧이 심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임신 중기에 들어서면서 입덧도 완화되고 이제 안정되려나 했는데요. 예상치 못한 변화가 끊임없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20주 차부터 임신 중기에 들어서 배가 하루가 다르게 커지면서 저번주 금요일에는 맞았던 바지가 3일 뒤 월요일에는 꽉 끼어서 못 입게 됐어요. 배가 커지면서 가만히 앉아있기만 해도 배가 무겁고 허리가 뻐근해졌습니다. 손,발은 부어서 반지도 작아지고 발이 커져서 신발도 다 작아졌어요. 조금만 앉아있으면 종아리가 땡땡 부어서 저려왔습니다.
가장 힘든 건 수면 시간이었어요. 이리 눕고 저리 눕고 좋다는 임산부 바디 필로우를 써봐도 허리가 아프고 골반도 아려왔습니다. 자연히 자다가 몇 번이나 깨는 것은 당연하고 어느 날은 밤새 깊이 잠들지 못한 채로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하다가 아침을 맞이했어요.
밤새 잠을 제대로 못 자다 보니 출근해서도 몹시 힘들었습니다. 정신이 몽롱하고 뒷골이 당기고 눈은 자꾸 감겨오고 집중이 되지 않아서 업무 실수도 하게 됐어요. 카페인도 마음 편치 마시지 못하고 디카페인으로 버텼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에게 너무 졸리고 힘들다고 연락했는데. 남편이 대답했어요. '어제 주말에 낮잠도 많이 잤고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아야 안 졸려요.' 답장을 보는 순간 서러움이 폭발해 버렸습니다. '당신이 배 잔뜩 불러서 밤새 못 자서 피곤한 기분을 알아요?' 문장 하나로 시작된 저의 카톡 폭격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물론 아기가 잘 크고 있는 것은 기쁜 일이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나에게 나타나는 크고 작은 변화들을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건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알 수 없을 거예요.
이제 4개월 후에는 생전 처음 겪는 출산이라는 경험이 기다리고 있고 그 뒤로는 13년 동안 다녀온 회사를 1년 넘게 쉬면서 아기를 돌보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됩니다.
저의 이런 상황에 대해서 남편이 더 이해해 주고 지금 겪고 있는 임신의 기간도 더 신경 써주면 좋겠는데 하물며 저런 말을 하다니. 완전 서러움 폭발입니다.
최근에는 튼살크림 바르는 것도 제가 요청하지 않으면 까먹고 태아에게 말 거는 것도 1분도 안 하고 마사지도 휴대폰 보면서 대충 하고 끝내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서럽다는 저의 반응에 남편은 바로 사과하면서 본인이 생각이 짧았다며 사과했지만 한 번 느껴진 서운함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어요.
일하다가도 전화해서 세모눈을 뜨고 남편을 노려보다가 전화를 끊고는 했습니다. 오늘 몸이 너무 안 좋고 머리는 계속 띵하고 눈은 계속 감기고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서 더 크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오늘 퇴근할 때도 세모눈 장전하고 가고 싶은 마음입니다.
보고 있나, 남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