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관찰
평일 아침에는 일어나서 출근 준비하기 바쁩니다. 하지만 주말 아침에는 남편보다 먼저 잠에서 깨 남편 얼굴을 한참 들여다봅니다.
눈썹 한 올 한 올은 어쩜 저렇게 이쁘게 나 있는지, 입술은 누구를 닮아 저렇게 선이 분명하고 도톰한 건지, 감고 있는 눈꺼풀은 속에 빛나는 눈망울을 감추고 이쁘게 이불을 덮고 있어요.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자꾸 바라보게 됩니다. 그러다가 손가락 하나를 조심스럽게 들어 볼에 살짝 대보기도 하고 눈썹도 쓰다듬어봐요.
그러다 누운 채로 책을 펴고 읽어요. 책을 읽다 이따금씩 남편의 자는 얼굴을 한 번씩 들여다봅니다. 밥상 위에 굴비를 걸어두고 밥 한 숟가락에 굴비 한 번 쳐다보는 것처럼 남편 얼굴을 한 번씩 보면 책이 더 재밌어지나 봐요.
남편을 보며 진짜 귀여워 죽겠네! 하는 마음은 아침에 잠들어 있을 때뿐만이 아닙니다. 밥 먹을 때 보면 숟가락을 떠서 입을 아 벌리는 모습도 엄청 귀여워요.
씹을 때 입을 다물고 오물오물 먹는 모습도 너무 사랑스러워서 계속 바라보게 돼요. 이래서 기침이랑 좋아하는 마음은 숨길수가 없다고 하나 봅니다.
어제저녁에는 얼마 전 시작한 러닝을 하려고 옷을 갈아입고 나왔는데 반바지에 러닝벨트를 찬 모습이 꼭 체육 시간 준비하고 나온 초등학생처럼 귀여워 보여서 웃음이 빵 터졌어요. 남편은 항상 진지한데 말이죠.
저번 출근길에는 운전하던 남편이 급정거하길래 "여보, 왜 그러는 거예요."하고 정색했더니 남편이 인상을 찌푸리며 "앞에 있는 차가 갑자기 멈춰서 그런 건데."라고 말했습니다. 근데 또 그 모습이 너무 귀엽고 미안해서 "아, 그랬구나. 앞차가 잘못했네 미안해요."라고 했어요.
평소와 달리 님편이 그날은 좀 피곤해서 예민했는지 여전히 눈에 힘을 빡 주고 고개도 안 돌리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어요. 그러다 이까지 앙 물었는지 볼에 힘이 들어가는데 "화나서 이까지 앙 물었네."라고 말하니 금세 알아차린 게 웃겼는지 남편도 빵 터지고 말았습니다.
진짜 남편은 언제까지 저렇게 귀여울 작정인지 모르겠습니다. 회사에서 별로 기분 안 좋은 일이 있다가도 남편 얼굴만 보면 미소가 지어지면서 기분이 사악 좋아져요. 저도 도대체 남편의 작은 행동 하나, 표정 하나가 왜 이렇게 귀여운지 도통 모르겠어요. 이제 곧 아기가 태어나면 남편이 덜 귀여워 보이려나요. 저도 어떻게 될지 궁금합니다.
여보,
귀찮아 말고
지금 즐겨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