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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가 임신 27주 차인 나에게 하신 말씀

by 애지

늘 그렇듯, 어제도 퇴근길 나와 준 남편 덕분에 편안하게 차 타고 집에 올 수 있었습니다. 도착 후 바로 근처 사는 어머니와 마주쳤어요.


"안녕하세요. 어머니, 배 좀 보세요. 엄청 나왔어요." 배를 볼록 내밀며 말하는 저를 보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게, 제법 나왔네. 앞으로 더 나올 텐데, 뭘!" 그리고 곧이어 저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시더니 말씀하셨어요.


"아이고, 임신하더니 얼굴이 더 뽀예졌네. 딸이면 얼굴이 더 뽀얘진다더니. 그래서 그런가. 임신하더니 더 이뻐졌네."


평소 없는 소리는 하지 않고 팩트에 초점을 맞춰 말씀하시는 어머니이신 걸 알기에 저는 '오? 정말 그런가?' 하면서 눈이 동그래졌습니다.


요즘 임신 후 뭔가 자꾸 변해가는 몸과 얼굴 때문에 남편에게 못생겨진 거 같다고 투덜대던 시기였어요.

항상 그러하듯이 가기 전 인사하면서 어머니를 껴안으려 하자 어머니는 땀을 많이 흘렸다고 하시며 손을 내저으셨습니다.


인사드리고 다시 집으로 향하면서 저의 발걸음은 탱탱볼처럼 통통 튀었어요. 그렇게 앞서 걸어가다가 휙 돌아 남편을 바라보며 말했어요.


"내가 좀 더 이뻐졌나?" 남편은 대답했습니다. "그럼, 매일매일 예쁘지."

"그래? 헤헷."


퇴근하면서 피곤해 지쳐 처졌던 어깨와 굳은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소풍 가는 아이처럼 미소로 가득한 얼굴이었습니다.


머릿속에는 '내가 더 예뻐졌나? 그런가 보네!" 하는 생각들로 가득 차 핑크빛 구름이 떠다니는 듯했어요.

다음 날 아침. 출근 준비를 하기 위해 거울 앞에 섰습니다. 임신 이후 특히 중기 들어서는 살도 찌고 얼굴도 뭔가 이상해지는 것 같아서 거울을 잘 안 보고 있었어요.


그런데 오늘은 달랐습니다. 세수하고 나서 당당하게 거울을 바라봤어요. 거울 속 저는 분명 어제와 같은 얼굴일 텐데 신기하게도 괜찮아 보였습니다.


로션을 바르며 왼쪽, 오른쪽 얼굴을 번갈아 거울에 비추면서 혼잣말이 나왔어요.

"에쁘네, 예뻐!"

말 한마디로 내가 이렇게 하루아침에 달라 보일 수 있다는 게 정말 신기했어요. 하향세를 그려가던 미모 자신감이 다시 상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평소에는 자신감이 넘쳤지만 임신 후 불안하던 마음이 어머니의 말씀으로 평안해졌어요. 이런 가족이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고 기분 좋았습니다. 데헷!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오늘 예쁘다고 말해주세요.

당신의 한 마디로
사랑하는 사람의 오늘 하루가
더 빛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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